'무의식적 편견타파' 강사인 짐보 클락이 지난 5월10일 리박스 컨설팅의 조찬 세미나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태윤
'무의식적 편견타파' 강사인 짐보 클락이 지난 5월10일 리박스 컨설팅의 조찬 세미나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태윤
#아마존은 과거 채용 자료로 학습시킨 인공지능(AI)이 여성에게 낮은 점수를 주고 배제하자, AI의 서류전형을 아예 폐기했다.
#구글은 채용시 백인 이름의 입사지원자 서류전형 통과확률이 흑인 이름 지원자보다 50% 더 높자, 준비된 질문과 평가지표로만 합격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글로벌 기업들의 '무의식적 편견'으로 인한 왜곡된 채용 극복 사례다. 구글은 성별을 통해 생겨날 수 있는 무의식적 편견을 배제하기 위해 회의실 이름도 남성위주에서 여성 명칭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인사 전문 컨설팅 기업 리박스컨설팅은 '무의식적 편견 깨기'명강사 짐보클락(Jimbo Clark)을 초대해 강연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클락은 구글,메타 등 글로벌 기업에서 '무의식적 편견 극복'사례를 소개했다.

클락은 강연에서 "무의식적 편견은 조직 구성원의 소극적 태도, 저성과자 증가, 불만 속출, 우수인재 퇴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심지어 브랜드 가치 추락의 댓가까지 치뤄야 할 수도 있다"고 무의식적 편견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무의식적 편견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내재적 편견을 말한다. 인종,성별,종교,나이,직위, 학력,말투 등을 통해서 생길 수 있는 선입견이다. 클락은 "무의식적 편견은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며 "조직의 리더는 어떻게 하면 무의식적 편견을 줄이고 조직내 다양성을 확립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출국한 클락에게 무의식적 편견을 깰수 있는 방법을 이메일로 물어봤다.

▶조직에서 무의식적 편견이란 무엇인가
"무의식적 편견은 의식하지 않는 사고 방식이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편견은 안전을 유지하고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한 뇌의 단축키다. 이것이 때로는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리더는 일반적으로 편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바꾸기 어렵다. 리더의 불완전을 보완하려면 객관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가 자주 범하는 오류는 어떤 것이 있나
"리더의 오류는 인사평가때 자주 나타난다. 평가등급 기준이 모호해서 대부분 B를 주거나, 피평가자의 일부분을 보고 모든 것을 평가하는 우를 범한다. 또 자신의 특징을 상대에게 투사하거나, 피평가자가 속한 집단을 보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사평가 시즌에 경험한 피평가자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평가척도를 객관적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에 입각한 평가, 근거중심의 평가를 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출신학교·종교·성별·나이 등에 따른 편견도 경계해야 한다. 아울러 평가자의 기억이 아닌 기록데이터를 토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짐보클락은 미국 시애틀 퍼시픽 대학에서 아시아 교차문화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다. 평소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클락은 30대부터는 조직내 갈등을 해결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려면 학습자 스스로가 자신이 변화할 부분이 무엇인지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무의식적 편견 타파' 강사인 짐보 클락은
'무의식적 편견 타파' 강사인 짐보 클락은 "구글,아마존 등 세계적 기업들의 리더들은 무의식적인 편견을 없애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태윤
▶무의식적 편견은 국가,기업,직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나
"아마도 그렇겠지만 이러한 패턴을 찾을수록 자신의 사고를 바꾸기 어려워진다. 각 사람은 자신의 과거 경험과 현재 상황에 따라 고유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사고에 대해 반성하고 바꾸는 것이다."
▶무의식적 편견을 깨야하는 이유는 뭔가
"전체적인 건강한 삶을 살면서 스트레스와 압박을 덜 받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다."
▶무의식적 편견을 가진 리더의 실수는 무엇인가
"리더들이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과만 소통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피하거나, 그들의 말을 무시하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의 상황에서 무의식적 편견 타파는 왜 중요한가
"한국은 조선시대 유교문화로 인해 군신유의,남존여비 사상이 뿌리박혀 있다. 이런 문화가 무의식적 편견으로 리더들에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리더들은 마음속으로부터 조직원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구성원 각자의 꿈을 알고 있어야 하며, 구성원들의 어려움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리더들이 이런 문화적 편견을 깰때 더 나은 조직을 만들 수 있다."

리박스 컨설팅의 정태희 대표는 글로벌 IT기업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HR리더로 재임시절 동료로부터 짐보클락을 소개받았다. 팀의 리더로서 진정한 조직의 변화를 갈구하던 시기였다. 정 대표는 "짐보클락을 통해 익숙한 틀을 깨는 것이 리더와 조직의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회사이름을 '리(Re)박스(box)'로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이뤄온 성공방정식이 가장 큰 적이 될수 있기에 조직과 자신이 날마다 박스(think out of box)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글로벌 기업을 다니며 '무의식적 편견'을 수없이 강의한 짐보클락도 "나의 무의식적 편견도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더 나은 나를 위해 무의식적 사고를 끊임없이 날마다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무의식적 편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비결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