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인 18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가스가 폭발하며 불이 나 일가족 4명이 모두 숨졌다.

불은 다행히 이웃집으로 번지지 않고 15분만에 진화됐으나 잠자던 주민 50여명이 폭발음에 놀라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가스폭발과 화재 발생


이날 오전 4시30분께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소만마을 A아파트 12층 김모(39)씨 집에서 '천둥소리'를 방불케 하는 강력한 폭발음이 일며 불이 났다.

불은 삽시간에 번져 김씨 집 18평 내부를 모두 태웠으며 같은 라인에 있는 13, 14, 15층 베란다 유리창과 외벽이 연기에 그을렸다.

같은 층에 살고 있는 주민 윤모(46.여)씨는 "잠자고 있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 밖에 나가보니 옆집에서 매캐한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밝혔다.

불이 나자 소방서에는 50여통의 화재 신고가 잇따랐으며 곧바로 소방차 19대와 소방관 39명이 출동, 불길은 더 이상 번지지 않고 15분만에 꺼졌다.


◇피해


불은 집에 있던 김씨와 부인 양모(35)씨, 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들(10), 2학년인 막내딸(9) 등 일가족 4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또 김씨의 집 내부가 전소되고 폭발음으로 윗집 베란다 유리창이 파손되고 그을리는 등 모두 5천5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냈다.

김씨 일가족은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해 2명은 안방에서, 1명은 거실에서, 1명은 작은방에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불에 탄 채 발견됐다.

김씨 일가족은 이날 아침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능곡동 본가로 가 차례를 지낼 예정이었다.

새벽에 발생한 갑작스런 폭발음에 주민들도 놀라 긴급히 대피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잠옷 바람으로 불길을 피해 집을 뛰쳐나온 50여명의 주민들은 밖에서 치솟는 검는 연기를 허탈하게 지켜봐야 했다.

한 주민은 "연기가 스며들어온데다 매스꺼운 냄새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차례준비도 못한 상태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화재원인 조사

이날 불은 '펑'소리와 함께 시작됐으나 정확한 화재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일단 목격자 진술에 따라 가스폭발에 의한 화재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도시가스공사, 전기안전공사 등에 감식을 의뢰.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에 탄 시신에 대해서는 현장감식이 끝나는 대로 병원으로 옮겨 안치한 뒤 필요할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

한편 아침에 비보를 전해듣고 찾아온 김씨의 어머니와 남동생 등 유족들은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오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김도윤 이한승 기자 wyshik@yna.co.krkyooon@yna.co.kr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