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제도를 2012년까지 5년 연장하기로 한 것은 1·11 부동산대책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 기조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4년여 동안 부동산 관련세금과 주택 분양가,청약제도 변경 등을 망라하는 부동산 대책을 10차례나 내놓으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는 데도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투기과열지구 제도를 그대로 존속시키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내서도 '재검토' 필요성

투기과열지구 제도는 2002년 도입된 이후 10차례에 걸쳐 지정만 했을 뿐 단 한번도 해제된 적이 없다.

2002년 9월 서울 일산 동탄 등을 시작으로 현재 경기도와 지방 광역시,일부 중소도시까지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최근 지방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정부 내에서도 이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지난 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지방 건설경기 등 어려운 부문에는 규제가 많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지방의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에서 좀 더 유연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 등 27명은 투기과열지구 지정ㆍ해제 기준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대해 다르게 적용토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지방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해제 기준을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차등해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조항을 신설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지방 경제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며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요청하고 있으나 주무부서인 건교부는 요지부동이다.

건교부 고위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며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법 등 각종 부동산 법안의 입법이 끝나야만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은 주택 미분양… 해제해야

그러나 투기과열지구 연장의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투기과열지구 지정의 가장 유력한 효과로 꼽히는 분양권 전매제한만 해도 올 1·11대책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 실시지역에 대해서는 전매를 제한키로 한 만큼 중복규제란 지적이다.

또 올해부터 양도세가 이미 전국적으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과세돼 투기지역도 의미를 잃었다.

부동산 종합컨설팅사인 글로벌21의 강신철 사장은 "지방에 대해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검토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법률적인 문제점도 따른다.

건교부는 투기과열지구 유효기간을 '2002년 4월18일부터 5년'에서 10년으로 법령을 개정해도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광석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은 제도를 연장하는 만큼 지정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다시 판단하는 것이 법률 해석상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의 재산권인 분양권 전매에 제한을 가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장관이 지침으로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법률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