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꼴이 우습게 됐다.

검찰총장 자리가 피의자의 말 한마디에 오락가락 하니 말이다.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전직 제이유그룹 김모 이사는 "수사 과정을 녹취한 내용이 밝혀지면 검찰총장이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더니 파문이 확산되자 "술김에 한 말"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 사건 수사검사가 "반드시 동창생을 선임해야 하고,(돈을) 갖다 바르고,탬버린을 흔들라"며 다른 피의자의 변호사 선임 방법까지 일러준 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9시간 녹취한 내용이 모두 공개될 경우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영화배우 권상우씨와 조폭 두목 출신 김태촌씨 간의 협박 공방에서도 언론은 "피바다라는 말은 안했다"는 김씨의 해명에 더 관심을 갖는다.

검사의 공소장보다 조폭의 말이 더 먹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불신의 상징'을 자초한 탓이다.

판사라고 다를 바 없다.

조폭과의 골프로 옷을 벗은 판사 얘기는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된다.

물론 판·검사의 자질 저하론이 거론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1000명씩 양산해낼 때부터 나온 우려다.

그럼에도 이들이 사법 정의와 인권 옹호의 마지막 보루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다.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