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분양가 책정을 위해 같은 평형이라도 철저한 원가 분석을 통해 가격을 달리하는 '분양가 차등 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입니다."

김인상 벽산건설 사장(60)은 11일 "최근 고분양가 논란과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아파트 가격거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돼 있는데,향후 주택업체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지 못하면 생존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진작부터 주택시장에 대한 경쟁력과는 별개로 빌딩 등 비주거분야 건축과 공공공사 수주확대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벽산건설의 체질 변화를 추진 중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또 최근 장하성 펀드의 지분 확장과 관련해서도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분양가 차등 시스템이란.

"최근 몇 년간 주택시장이 과열되다보니 업체들이 아파트 실내 마감재를 필요 이상으로 고급화해 가격인상의 합리화 명분으로 내세운 측면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수요자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으로 고급 인테리어를 구매해야 했고 이것은 고분양가 논란의 한 원인이 됐다.

벽산건설은 앞으로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게 마감재 수준을 차등화할 계획이다.

따라서 같은 평형이라도 마감재에 따라 다양한 분양가를 달리 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혀줄 계획이다."

-주택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단 적정한 분양가만 제시한다면 실수요자들로부터 비난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수도권과 지방의 실수요자를 주 수요층으로 잡고 분양전략을 세웠다.

평형은 이들이 선호하는 30평형대 위주다.

평면도 새롭게 개선하고 가격도 최대한 낮출 방침이다.

특히 신평면에 관한한 어떤 업체와 경쟁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

4~5년간 공을 들여 개발한 신평면 '셀프 디자인 프로젝트(SDP)'는 거주자가 마음대로 벽을 옮겨 공간구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신개념 시스템이다.

심지어 모든 벽을 없애고 원룸으로 만들 수도 있을 정도로 공간 가변성이 탁월해 수요자들의 반응이 너무나 좋다."

-사업다각화가 요즘 건설업계의 화두인데.

"부동산 규제가 심화되면서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는 분위기다.

다행히 우리는 2~3년 전부터 전체 매출에서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SOC나 BTL 사업 등 비주거부문의 수주를 늘리고 있다.

학교와 하수관거 공사,BTL사업은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05년만 해도 매출 비중의 89.4%가 주거부문이었으나 작년에는 40% 정도를 비주거부문으로 채웠다.

올해는 더 높여서 절반 정도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해외진출 계획은.

"그동안 관심이 높지 않았지만 괌과 베트남 등을 거점 삼아 해외사업 비중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괌에서는 이미 지난달 120가구의 타운하우스 공사 착공식을 시작했다.

특히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가 괌으로 이전할 예정이어서 추가 공사수주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베트남 호찌민에도 지사를 설립했다.

다만 베트남의 경우 인·허가가 까다롭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대규모 개발사업보다는 소규모 틈새시장 위주로 진출할 방침이다."

-최근 벽산의 지분 5.4%를 매입한 '장하성 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

"건설자재 회사인 대주주 인희와 거래를 중단하고 인희의 벽산건설 주식 553만주를 무상소각하라는 게 장하성 펀드의 요구 사항이다.

물론 주주로서 회사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제안이든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벽산과 인희 간 거래는 오래전부터 공정거래를 해온 만큼 문제될 게 없다.

펀드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부당한 요구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벽산은 사실 잇따라 세무조사,공정위 등의 조사를 거쳐 이제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는 회사다.

오히려 이번 계기를 통해 회사 경영이 한층 투명해지는 전화위복으로 삼겠다."

-올해 경영 목표는.

"사업다각화가 최우선 목표다.

해외사업,BTL사업 이외에 주택은 올해 전국에서 4800여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체 매출은 1조원대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임원들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기 부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글=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사진=김정욱 기자 ha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