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에서 그동안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주먹구구였던 것이 드러남에 따라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감사원이 2003∼2005년에 분양된 일부 아파트 단지의 분양과정 감사에서 무려 471명의 부적격 당첨자를 가려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뒤늦게 부적격자 당첨을 취소하고 분양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더욱이 건교부는 부적격자 처리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이다.

건교부가 부적격자 당첨을 취소하고 공급계약을 해지하면 이미 아파트에 입주한 이들은 법적(주택법 39조)으로 '퇴거(退居)'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입주자들의 반발이 뻔해 행정당국의 의도대로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다. 건교부 관계자도 "원칙적으로 공급계약이 취소되면 퇴거해야 한다"면서도 "솔직히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라고 전망했다.

분양권을 전매하거나 분양 받은 아파트를 매도한 경우엔 상황이 복잡해진다. 당첨자가 나중에 부적격자로 밝혀졌다 해도 이들에게 분양권이나 아파트를 매입했을 당시에는 법적인 하자가 없어 공급계약을 취소할 근거가 약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건교부는 법률해석을 긴급 의뢰하고 판례를 찾아보겠다며 부산을 떨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최광석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분양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다는 걸 입증하지 못하면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계약취소는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건교부의 조치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건교부의 잘못이 크다. 건설업체가 분양을 하면 전산으로 검색해 부적격자를 가려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한 데다 사후관리도 하지 않았다. 건교부는 앞으로 주택전산망(건교부)과 당첨자관리전산망(금융결제원)을 연계,부적격자를 가려내겠다고 밝혔으나 시행 시기조차 미정이다.

정부는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것 보다는 시행 중인 제도의 허점 보완에 신경을 써 무주택 서민들이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문권 건설부동산부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