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세력의 새 저항 전략 `헬기 격추'

지난달 31일 민간 보안업체의 헬리콥터 1대가 바그다드 남부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뒤늦게 보고됨에 따라 지난 3주간 추락한 미군과 미국 민간 소속 헬기가 모두 6대로 확인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 보도했다.

한 미군 장교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 민간 헬기의 추락에 대해 공격을 받아 격추됐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으며 미국 뉴욕타임스도 이날 인터넷판을 통해 이 헬기가 바그다드 남부에서 저항세력의 중화기 공격에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헬기 탑승자는 모두 구조돼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2003년 이라크전 개전 이래 미군 또는 미국 민간업체 소속 헬기 추락사고는 모두 57대(172명 사망)로 한 달 새 이라크에서 미국의 헬기가 가장 많이 추락한 것은 2004년 1월(5대)이었다.

미군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헬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조사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격추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 윌리엄 칼드월 소장은 4일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최근 헬기 추락사고는 일종의 격추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처음 격추 사실을 시인했다.

칼드월 소장은 이에 대해 헬기 운용 전략의 수정에 착수했다고 밝혔지만 7일 미 해병대 소속 `CH-46' 헬기가 바그다드 북서쪽 인근에서 또 다시 추락, 탑승자 7명 전원이 사망하면서 이런 대책이 무색해졌다.

미군이 도로매설 폭탄 공격을 피해 육상수송 대신 헬기를 이용한 병력ㆍ물자 수송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고가의 헬기 추락 또는 격추는 인적ㆍ물적 손해를 가져올 뿐 아니라 미군에 새로운 고민을 안긴다.

미군과 비교해 군사력이 비교할 수 없이 부족한 저항세력에겐 지상에서 정면대결을 벌이는 것보다 헬기를 격추하는 것이 효율적일 뿐 아니라 대외적인 상징성이 있어 내부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저항세력의 헬기 격추가 심심치 않게 성공하면서 이들이 대미 항전 전략을 게릴라식 헬기 격추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미 소수 저항세력의 거대 군대에 대한 이런 헬기 격추 효과는 지난해 7월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의 저항을 비롯해 베트남,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검증된 바 있다.

아울러 저항세력의 공격 능력이 헬기를 격추할 만큼 정교해지고 `완숙'해 졌다는 의미도 된다.

이라크 주둔 미 공군의 한 사령관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저항세력에 신형 무기가 유입된 게 아니라 무기는 그대로인데 이들이 오래 사용하다 보니 헬기를 격추할 만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