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권상우는 소속사와 관련된 분쟁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권상우뿐 아니다.

그의 어머니도 서울에 있지 못했다.

이를 두고 조직폭력배의 협박이 이어졌고, 권상우 역시 보디가드와 함께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6일 검찰이 발표한 연예계 조폭 관련 수사 결과에 따르면 권상우는 오랜 기간 무시무시한 협박을 당해왔다.

스캔들을 볼모로 매니저 계약 관계를 유지해야 했고, 일본 행사와 관련해 김태촌 씨에게 "안 만나주면 (집이) 피××가 될 텐데 상관없다 이거지?"라는 협박을 당해야 했다.

권상우 사건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폭력 조직만 세 곳이며, 이들은 연예기획사와 얽혀 있다.

검찰은 이날 "조폭이 기획사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 이벤트 행사, 매니지먼트 권한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력 조직이 연예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나이트클럽 등 주로 밤무대를 중심으로 연예계에 손을 뻗었다.

또한 영화계에서도 예전에는 '주먹'을 쓰는 이들이 주로 배우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제작부장을 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암암리에 연예계와 관계를 맺었던 폭력조직이 양지(?)로 나오게 된 시점은 2000년대 초반. 주먹구구식의 매니지먼트에서 벗어나 서서히 체계화를 갖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 한류 열풍이 불게 되면서 연예기획사가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고,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일부 폭력 조직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폭력 조직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급속히 세를 확장했으며, 어엿한 사업가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꽤 오래 전부터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미 폭력 조직의 그림자를 벗어난 인사들도 있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는 연예계와 폭력 조직과의 연관성으로 인해 그 그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작년 2월 유명 가수 J씨의 공연이 끝난 뒤 뒤풀이에서 공연기획사 대표가 폭력배들을 동원해 술자리에 오라며 J씨를 위협하자 J씨 역시 칠성파를 동원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또 신촌이대식구파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연계된 사실이 드러났고, 교도소 수감 중인 거물급 조직폭력배가 시의원 출마자의 선거운동을 돕는 과정에서 기획사를 통해 연예인들을 동원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연예계에는 기획사가 폭력 조직의 협박을 받거나 이들과 결탁해 연예인들을 밤무대에 서게 하거나 팬 사인회 등을 갖게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한 연예인의 경우 지방 폭력 조직이 연계해 벌이는 팬 사인회에 참석하느라 전국을 돌아야 하기도 했다.

한 매니저는 "웬만한 매니저들은 친하든 친하지 않든 조폭 중간급 보스 정도는 알게 된다.

오랜 기간 연예계와 연관을 맺어온 사람들이어서 인맥도 상당하다"며 "정식 기획사를 차리고 이제는 사업가로만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연예계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지면 폭력 조직과 연관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류 열풍이 불면서 일본과 중국 등 현지 폭력 조직도 국내 연예산업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수들의 공연이나 배우들의 팬 사인회 등 공식 활동 외에 이벤트성의 행사에 한류 스타를 끌어들이기 위해 폭력 조직간의 연계가 행해지는 것. 김태촌 씨가 권상우를 협박한 것도 일본 행사 때문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