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원은 31일 레바논계 독일인 칼레드 엘-마스리를 불법 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13명의 미중앙정보국(CIA) 요원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독일 검찰은 엘-마스리 납치 사건에 CIA 요원이 관여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들은 불법 납치 및 고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엘-마스리는 2003년 말 마케도니아에서 체포돼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져 5개월 간 구금된 후 풀려났다.

엘-마스리는 당시 CIA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으며 이들 요원은 엘-마스리를 카불로 이송하는 항공기에 승무원과 승객을 가장해 탑승했던 것으로 독일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엘-마스리 사건을 통해 CIA가 테러 용의자를 외국에서 납치해 제 3국 감옥으로 이송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확산됐다.

독일 의회는 이 사건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독일 정부가 CIA의 독일인 불법 납치 및 구금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이를 은폐하려한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의회 조사에서 CIA가 엘-마스리를 불법 구금한 사실을 시인하고 그에게 입막음을 위해 돈을 지불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건 당시 독일 내무장관이었던 오토 쉴리는 지난해 11월 특별조사위원회에 출석해 대니얼 코츠 당시 독일주재 미대사로부터 엘-마스리에게 입막음을 하기 위한 돈을 전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엘-마스리측 변호인은 엘-마스리가 CIA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주장은 완전히 날조된 것이며 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기도라고 주장했다.

엘-마스리는 미국 정부에 대해 대해 불법 구금과 고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