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ㆍ업계 과열경쟁이 교복값 인상 주범
교복 안입기ㆍ불매 운동 조짐도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학생 교복업체의 부당행위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비싼 교복 가격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업계와 학부모 단체에 따르면 교복 한벌 값은 최고 70만원에 달해 이미 어른들의 보통 정장 값을 한참 넘어 섰다.

하복에 체육복까지 합하면 학부모들은 학생 1명당 100만원 가까운 돈을 연간 교복비로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학부모단체들은 대기업 교복업체 등이 교복값 정상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교복 안입기와 불매운동까지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최고 70만원대 까지…고급화 경향ㆍ과열경쟁이 `주범' =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교복의 가격은 최하 10만원대에서 최고 7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바지(여학생은 치마), 조끼, 와이셔츠(블라우스)를 세트로 할 경우 중소업체의 교복은 15만원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서울 시내 일부 학교의 프리미엄형 교복은 70만원(코트 포함)에 육박한다.

고가의 교복이 등장하는 것은 서울시내 일부 외국어고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고급화' 바람이 원인이다.

업체 관계자는 "값이 비싸더라도 질이 높거나 브랜드가 있는 교복을 선호하는 요즘 아이들의 경향에 교복업체들이 고급화 전략을 쓰면서 가격이 상승추세에 있다"며 "여기에 특목고 학생들의 `남과 다르다'는 의식에 맞추기 위해 수입 원단이나 고급 디자인의 고가 교복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업체간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아이돌 스타들을 동원하는 고비용 마케팅 공세와 대리점과 학교 사이에 남아있는 리베이트 관행도 교복값을 높이는 한 요인이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의 하미연 변인은 "대형 업체들이 비싼 비용을 주고 연예인들을 동원해 과도하게 홍보를 하고 있으며 리베이트 관행도 여전히 남아있다"며 "업체간 경쟁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 "해도해도 너무 비싸다"…교복 안입기 움직임도 = 이처럼 높은 교복값에 학부모들은 "해도해도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다.

교복값 문제가 해마다 되풀이되자 일부에서는 교복 안입기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이하 학사모)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단체들이 교복 원가 공개와 과대광고 시정 등을 대기업 교복업체에 줄곧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교복값이 계속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교복 불매운동과 교복 입지 않기 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어머니인 김윤숙(42)씨는 "요즘 교복값은 해도해도 너무 비싸다"며 "교복이 가격대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게 특히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일반 기성복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 정도 가격이면 더 좋은 옷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교복값에 거품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조모(50.여)씨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의 교복값을 알아보는데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

거품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안그래도 사교육비 부담이 커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아이들 옷값에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야한다니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 공동구매ㆍ나눔운동 활발 = 교복값이 수년간 꾸준히 상승하면서 학부모들과 기부단체들이 공동구매나 교복 나눔활동을 통해 교복값 부담 덜기에 직접 나서고 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이하 참교육학부모회)는 지난 2000년부터 교복 공동구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공동구매를 통해 교복을 구입한 결과 50% 정도 비용을 아낄 수가 있었다는 게 이 단체의 설명이다.

경기도 광주시의 경안중학교 역시 올해로 6년째 교복 물려주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학교가 나서서 졸업생이 입는 교복 중 깨끗한 것들을 선별, 2만~3만원에 판매되도록 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은 `나눔으로 짓는 교복연가(校服戀歌)'라는 이름으로 1천원씩 모금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복을 선물하는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서울 양천구 역시 다음달 23~24일 `교복 교환장터'를 열기 위해 주민들로부터 입지 않는 교복들을 기증받고 있다.


◇ 교복업체 "남는 게 별로 없는 장사" = 대기업 교복업체 관계자들은 비싼 교복값에 대해 "우리도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디자인 개발비용과 높은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교복값은 오히려 오르지 않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A사 관계자는 "일부 고가 품목도 있지만 20만원대 초반 가격의 상품도 있으니 제품의 가격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가격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기는 하지만 디자인 개발에 쓰이는 돈이나 원단 값 인상 등 원가상승요인을 감안하면 오히려 마진은 점점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특목고의 경우 비싼 교복이 있기는 하지만 가격 인상폭은 학부모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그다지 크지 않다.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고 중간 업체의 마진율을 줄이기 위해 대리점 감시활동을 펼치며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교육학부모회의 박이선 부회장은 "대기업 업체들의 교복이 중소업체들의 상품에 비해 품질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가격은 10만원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대기업 업체들의 마진이 적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학사모의 하미연 대변인도 "대기업이 디자인 개발비용을 교복값 인상 요인으로 보고 있지만 무리해서 디자인을 변경하는게 오히려 문제"라며 "업체들이 아이들의 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활동성은 없으면서 옷맵시에만 치중하는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홍제성 강건택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