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취임 후 서울시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상당수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거나 이름과 형태만 조금 바꾼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 후분양제,임대주택 10만호 신규 공급,장기 전세주택 개념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설익은 부동산대책을 마구 제시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 맞춰 서울시는 기존 정책을 포장만 바꿔 제시하고 있는 꼴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 같은 자세는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집값 안정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SH공사는 진작부터 주택후분양

서울시는 은평뉴타운 고(高) 분양가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부보다 한발 앞서 후분양제(SH공사 아파트 대상)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SH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SH공사는 원래 후분양제를 시행해왔다"고 밝혔다.

초기 토지 매입자금이 너무 많았던 은평뉴타운에 한해 처음으로 선분양제 도입을 시도했다가 고분양가 역풍을 맞아 종전에 해오던 대로 후분양제를 실시한 것일 뿐 SH공사는 원래 모든 아파트에 대해 후분양제를 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부 아파트의 경우 공사진행률 50%단계에서 공급한 적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일률적으로 공사진행률 80%단계에서 공급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임대주택 10만호 공급은 과장

서울시가 최근 오 시장 임기 동안 신규로 임대주택 1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10만호 건설계획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새롭게 공급되는 임대아파트는 뉴타운 다가구주택 매입을 통한 9000가구와 미개발지구 개발 1만740가구를 합쳐 모두 1만9740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부가 만든 관련 법에 따라 저절로 공급되는 재개발·뉴타운 임대아파트,재건축임대아파트 등이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이 공약했던 임대주택 10만호 공급을 채우기 위해 숫자를 짜맞추기한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공급되는 것이지만 서울시가 의지를 갖고 재정을 투입해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은 기존 임대아파트와 비슷

서울시는 이달초 최장 20년 동안 주변 전세시세의 80% 수준에 공급되는 새로운 형태의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H공사 노조 관계자는 "공사가 공급하는 모든 임대아파트는 세입자로 하여금 전세 또는 월세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다 임대료도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저렴하다"며 "장기전세주택의 기본 개념과 임대료는 기존 임대아파트와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인데도 마치 새 제도를 앞서 도입하는 것처럼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또 일반분양 아파트를 모두 장기전세 주택으로 돌리겠다고 발표하면서 동시에 일반분양물량을 시세의 75∼85% 수준으로 공급해 주변 집값을 끌어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없어지는 일반분양 주택을 어떻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임대아파트는 저소득층을 위한 중소형이지만 장기전세주택엔 중산층이 입주할 수 있는 중대형이 많이 포함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