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재정난이 심각한 현대 유니콘스 프로야구단의 '구세주'로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경제부문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긴 했지만 '왜 농협이,지금 시점에?'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작년 5월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특혜 매각 시비로 구속됐다가 이달 23일 1심 공판을 앞두고 있는 정대근 농협 회장이 신상우 KBO 총재를 만난 뒤 갑작스럽게 인수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황제 경영'에 대한 뒷말도 무성하다.

농협은 요즘 창립 46년 이래 가장 무거운 현안들에 맞닥뜨려 있다.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앞두고 '성난 농심'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묘안을 짜내야 하고,바깥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신·경 분리(금융과 농촌경제간 분리 경영)론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이 16일 입수한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1월9일 작성)에 따르면 △경제사업 전문인력 양성 △산지 농산물의 농협 취급량 확대 △도매사업부 강화 및 하나로클럽 증설 등 중·장기 계획이라는 것들이 모두 원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집안 대들보가 흔들리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왓장을 예쁘게 다듬겠다고 나선 형국이니 한농연 등 농민단체들이 "근본적 체질 개선과 경제사업 활성화에 매진할 때"라며 야구단 인수 운영 방침에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비난 여론이 거센 데는 농협 특유의 '황제 경영' 탓이란 지적도 많다.

농협 노조는 "정 회장이 최근 정기 인사에서 옥중 뒷바라지를 착실히 한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는 등 정실 인사를 했다"며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 회장의 재판이 끝나지 않은 터라 정치권에 약점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지역의 본부장이나 조합장 인사에 정치권 입김에 따라 '논공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 또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하자면 정 회장은 여전히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보석으로 풀려난 뒤 농협이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해 줄 '구세주'가 아니라 뜬금없이 현대 야구단의 '구세주'를 자임한 게 올바른 순서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우기는 어렵다.

박동휘 생활경제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