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들이 1997년 4월부터 1년 동안 1천800억원을 상업은행 등 8개 은행의 특정금전신탁계정에 분산 예치한 후 은행들로 하여금 삼성차와 삼성에버랜드 등의 기업어음을 매입토록 한 것은 부당지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들이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에는 부당지원행위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생명이 은행들과 약정을 맺어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특정금전신탁자금을 원천으로 자신이 지정하는 삼성차 및 삼성에버랜드의 기업어음을 정상할인율보다 낮은 할인율로 매입하도록 한 것은 유력한 사업자로서 지위를 형성하는 것을 도와준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생명 등 3개 계열사가 1997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삼성물산에 삼성차 판매영업장을 임대해 주면서 임대보증금 67억4천여만원과 임대료 11억7천만원을 1∼9개월 늦게 받은 것, 삼성에버랜드가 1995년 3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자회사인 연포레저에 18억원을 저금리로 대여한 것 등도 부당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 가운데 삼성SDI와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가 삼성물산 소유의 국제경영연수원을 5년간 임차한 행위를 부당지원행위로 보고, 삼성에버랜드가 1995∼1996년 무진개발에 86억원을 빌려준 뒤 상환 기일을 1년 더 연장해 준 것을 부당지원행위가 아니라고 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