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정부를 제치고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앞으로 부동산시장에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칫 정치논리에 휘말려 정부의 뒷받침 없는 설익은 정책들이 마구 쏟아져 나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분당론 등 여당 내분으로 민감한 부동산 관련 정책이 당론으로 채택되기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당측은 정부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사안을 밀어붙이는 양상이어서 시장 안정은커녕 오히려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이번 주 또 정부측과 당정협의를 갖고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어서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당정 엇박자 여전

실제 지난 15일 당정협의 결과를 보면 시장에 혼선을 주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당정이 합의한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분양가 상한제(원가 연동제) 민간아파트 확대 적용만 해도 열린우리당 내에서조차 아직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사안이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당장 민간아파트의 고분양가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민간 주택공급 위축으로 기존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역효과가 우려되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도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여당은 2007년 7월,정부는 2008년 1월을 주장,이번 주 당정협의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당정 간에도 협의가 안 된 사항을 서둘러 발표한 셈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여당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한 민간아파트의 범위에 당연히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도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정부는 합의된 게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정 간 이견은 이 뿐만이 아니다.

당정은 환매조건부 분양제를 내년에 시범실시키로 했다고 발표했지만,세부 사항은 협의가 안 된 상태다.

마이너스 옵션제도 공공주택과 민영주택에 전면 도입키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정 간 이견이 여전한 상태다.

또 공공택지 전면 공영개발,분양가 원가공개 등은 하나같이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중요 사안인데도,여당은 줄기차게 요구하고 정부에서는 재정부담 등을 들어 고개를 젓는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도 오락가락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이번 주 정부와 다시 당정협의를 갖고 이견들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여당은 정부에 분양가 상한제 로드맵과 환매조건부 분양제 전면 실시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정 간 엇박자로 시장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지난 15일 당정 협의가 끝난 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으나,시장에서는 지난달 민간아파트는 직접규제보다는 간접규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힌 권 부총리가 공급을 위축시킬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에 동의한 데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서를 자처하는 건교부는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건교부는 지금까지 당정 협의안에 대한 브리핑을 거부한 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토지임대부 분양'을 내세워 '반값 아파트'로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데 위기의식을 느낀 여당이 부랴부랴 정부를 압박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17일 "여당의 기세에 눌려 합의하는 흉내를 냈을 뿐"이라며 "추후 논의과정이나 입법과정에서 정부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