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ㆍ배낭여행 크게 늘어…초등생 연수 20% 증가

겨울방학 비행기 표 구입 '하늘의 별 따기'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겨울방학이 다가오면서 어학 연수와 배낭여행을 떠나는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대학생들이 원화 강세를 기회 삼아 앞다퉈 출국 러시를 이루면서 12월 중순부터 내년 1월 초 사이 비행기표는 완전 매진됐다.

17일 항공사와 여행업계에 따르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920∼93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가까운 동남아와 일본은 물론 미주, 호주ㆍ뉴질랜드행 여행객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달 22∼25일 아시아나항공의 일본행 비행기 예약률은 작년 같은 기간 73.6%보다 4.9% 포인트 증가한 78.5%에 이르렀고 미주행 노선은 지난해 95.3%에서 100%로 늘면서 표가 사실상 바닥났다.

12월 29일부터 1월2일까지 예약률도 일본행 91.8%, 미국행 97%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12월 일본행 예약률이 작년보다 35∼40%나 늘어난 것을 비롯해 전 노선의 예약률이 높아진 가운데 필리핀행 비행기 예약은 이달 초 이미 만석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해외여행이나 연수를 갈 때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게 줄었다.

박모(23.서울대)씨는 "매년 해외여행을 갔는데 올해는 환율이 떨어져 한결 부담이 덜하다"며 "다음달 14일부터 한달 간 인도를 여행하는 데 항공료를 포함해 전체 경비로 130만원 정도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어학연수를 거쳐 미국 뉴욕으로 연수를 간다는 이모(20.이화여대)씨는 "지난해 연수를 가려다 올 겨울방학으로 미뤘는데 최근 환율 덕분에 부모님께 덜 미안하다"며 기뻐했다.

다음달 1일 일본으로 떠나는 강모(21.여.추계예술대)씨는 "며칠 전 환전을 했는데 지난해 터키와 네덜란드를 여행할 때보다 우리나라 돈 가치가 올라간 것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해외연수 알선업체인 `무한코리아' 관계자는 "매년 겨울방학에 80명 가량 필리핀 어학캠프를 보내는데 올해는 20-30명 더 늘었다"고 말했다.

비자발급 대행업체인 `워킹홀리데이 사무국'에도 지난달부터 비자 관련 내용을 묻는 전화가 하루 평균 40∼50통씩 걸려 오는 등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은행의 환전거래 실적에서도 원화 하락에 따른 해외여행 증가세를 엿볼 수 있다.

외환은행이 지난해 11월 고객에게 환전(매도)한 달러는 1억8천584만달러, 12월1∼13일에는 8천378만달러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2억2천481만달러와 1억473만달러로 각각 늘었다.

탑항공 관계자는 "올해는 겨울방학 항공티켓 구하기 경쟁이 작년보다 일찍 시작되면서 12월 중순∼1월 초 좌석은 대부분 만석이고 필리핀행 대기자 모집도 이미 끝났다"며 "여러 요인이 있지만 환율 하락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성혜미 장재은 기자 kaka@yna.co.krnoanoa@yna.co.kr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