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錫泰 < 디스플레이장비재료協 회장 >

디스플레이(Display)는 다양한 정보를 인간이 볼 수 있도록 화면으로 구현(具現)해 주는 영상표시 장치로 정보통신 시대의 핵심부품이며 '산업의 창'으로 불린다. 디스플레이는 가정 회사 등 닫힌 공간에서 노트북 모니터 TV 등으로 주로 사용돼 왔으나,최근에는 휴대폰 PDA DMB 등에 이용돼 언제 어디서나 시각적인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LCD를 살까,PDP를 살까'라는 고민과 함께 '디스플레이 제품은 죽기 전에 사는 것이 제일 싸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膾炙)되고 있는 것처럼 디스플레이는 모든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우리가 세계시장 점유율 40.7%(2005년 기준)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은 2005년 생산 26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3.3%를 차지하고 있고 수출은 183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6.4%를 기록하며 명실공히 국내 주력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올 한 해에도 많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은 생산 300억달러,수출 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하나는 대규모 투자가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장치산업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후방(前後方) 연관산업의 공동 발전을 필수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PDP의 경우 생산라인 하나를 짓는 데만 4000억원 안팎이,LCD는 3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또한 원재료를 공급받아 가공,조립하는 시스템 산업인 동시에 TV 휴대폰 노트북 등의 최종소비재에 공급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특징을 지닌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기업간 협력,즉 상생(相生)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디스플레이 후방산업인 장비·재료산업의 경우 무엇보다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외형적으로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수출은 주로 패널 대기업에 의존하고 핵심 원천기술이 부족하며 장비·재료산업이 취약하다. '가마우지 경제'라는 말이 있다. 국제 분업 속에서 취약한 수출구조로 인해 실익을 외국에 빼앗기는 우리나라를 '가마우지 새'를 이용한 낚시에 비유한 것이다.

디스플레이 장비·재료의 경우 국산화율이 지속적으로 증가돼 LCD장비의 국산화율은 40% 수준이고 LCD재료의 국산화율은 80% 내외에 이르렀으나,핵심 부품 및 원재료는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올해는 환율하락,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적 여건이 악화되고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의 급락,경영실적 부진 등의 여파로 대부분의 기업이 어려움을 겪은 한 해다. 특히 이러한 원인이 대기업의 투자 축소 및 연기로 이어져 중소 장비·재료업체에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산업자원부 주관으로 디스플레이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만나 상생협력협약을 맺고 장비·재료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다짐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국내 장비·재료의 성능 및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평가시스템의 운영과 수급기업 투자펀드를 통한 설비투자 자금지원 및 원천기술 상용화사업 등의 추진은 국내 중소 장비·재료업체에는 단비와도 같은 것이다. 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경쟁 패러다임은 '개별 기업간' 경쟁에서 '기업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패널 대기업을 중심으로 후방의 장비·재료산업과 전방의 완제품 산업이 삼위일체로 세계무대에서 '디스플레이 코리아'의 맹위를 떨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결실을 맺어 향후 대·중소 상생협력 모델의 정착 및 확산을 도모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원한다.

/(주)케이씨텍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