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시는 서울의 잠실,천호동과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하남시 최대 상권이라 불리는 신장사거리 일대는 서울과 가깝다는 지리적 여건이 오히려 상권 확대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신장사거리 상권은 겉으로 보기에도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여느 수도권 중소도시 도심상권과 마찬가지로 의류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천호역 인근에 백화점,대형 마트(할인점)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신장사거리 상권은 10대,20대 고객들이 대부분 떠나가 버렸다.

중년층을 겨냥한 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자리 걸음을 하던 이 상권도 더 커질 계기를 맞고 있다.

신장택지개발 사업으로 2004년 7000여가구가 신장동 지역에 입주를 마친 데 이어 2008년이 되면 미사리와 가까운 지역에 자리잡은 풍산택지개발지구에 5800여가구가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이 상권의 특징은 10대,20대가 즐길 만한 가게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신장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대로변에 10여곳의 카페가 있으나 대부분이 중년층을 위한 다방 분위기다.

음식점도 식사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해장국,감자탕 등 한식당이 많아 젊은층 유입이 어렵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평가다.

1년 전 이 상권에 문을 연 고깃집 '하이 돈박사'는 보증금 7000만원에 월세가 200만원이다.

월 평균 매출은 3000만원으로 이곳에서는 성공한 경우로 꼽힌다.

점주는 "객단가(1인당 소비지출액)는 3만원 수준으로 평일 테이블 회전율은 두 번 정도"라며 "교통이 불편해 외부인들의 유입이 적으며,주로 근처에 사는 중년 고객들이 돈을 쓰는 항아리 상권"이라고 말했다.

금은 보석과 주얼리를 파는 '보금장'도 30∼40대를 주 고객으로 하고 있다.

박기덕 보금장 사장은 "젊은층이 놀 수 있는 업소를 찾기 힘들어 상권이 팽창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며 "3∼4년 전부터 매출이 20%가량 줄어들어 요즘엔 중년층들이 자주 찾는 보석류로 월 2000만원 정도 벌고 있다"고 말했다.

10대와 20대 고객을 겨냥해 신촌,홍대,명동 등 '젊은 상권'에만 들어가는 화장품 체인점도 이곳에선 중년 고객을 위한 가게다.

화장품 전문점 스킨푸드의 종업원은 "10대 청소년보다 30대 이상의 중년 여성고객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12평 규모로 3개월 전에 입점한 이 매장은 신장개업 효과를 보지도 못한 채 매출이 뜨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5년 전 이 상권에 들어온 '한독패션'은 단골 손님을 많이 확보해 짭짤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동휘 한독패션 사장은 "한 번에 100만∼200만원어치 옷을 사가는 큰손 고객도 꽤 있다"며 "단골 손님 확보가 어느 상권보다 중요한 곳"이라고 귀띔했다.

그가 단골 손님을 관리하는 비법은 포인트 적립과 문자 메시지.단골 주부들에겐 세일 행사 여부와 신상품 출시를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려준다.

지난 5월 남성용 넥타이 전문점 '더 셔츠 스튜디오(The SHIRTS' STUDIO)'를 연 남구현 사장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뜨내기 손님들은 거의 없다"며 "그나마 장사가 잘 되는 곳은 10년 이상 하남시에서 산 토박이들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점한 지 오래되지 않은 의류 매장은 매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아 고민이다.

1년 전 오픈한 바지 매장 '야투'는 초기 투자비 1억원 중 본전도 못 뽑을 상황이다.

매장 관계자는 "개점 초기보다 매출이 더 줄었다"며 "단골 손님 중심의 상권이라 단가를 낮추거나 할인판매를 해야 겨우 현상 유지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신장시장입구 대로변의 점포 매물은 거의 없다.

전반적인 시세는 대로변 20평대 의류매장을 기준으로 권리금 1억∼2억원,보증금 5000만~1억원이며 월세는 200만∼300만원을 호가한다.

서울의 웬만한 상권과 버금가는 수준이다.

앞으로 택지개발지구가 추가로 조성되고 교통여건이 개선되면 상권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리라고 믿는 점주들이 많아서라고 부동산 업자들은 풀이한다.

이시열 가나공인중개사 대표는 "대형 마트도 이르면 내년에 들어올 수 있어 당분간 이 상권 점포 시세는 보합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