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후발국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는 대구지역 섬유업체들이 해외에 섬유전용공단 조성을 통해 집단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염색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수출을 주도했던 대구·경북 지역의 섬유업체들이 경쟁력 상실로 업종 전환과 휴·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역 섬유업체들이 해외섬유공단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공단 조성에 관계하고 있는 한 업체의 K사장은 "개별기업 단위로 이전할 경우 교섭력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집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전용공단은 직물 관련 업체들이 중심이 돼 추진 중이다.

현재 중국의 동북3성이나 베트남 하노이 인근 지역이 유력시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60만평 규모의 공단을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최근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현지 답사도 다녀왔다.

관련 업체들은 조만간 투자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직과 염색 등 이전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을 거쳐 해외공단 조성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제직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대구염색공단을 중심으로 한 염색업계가 절대불가를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직업체들이 집단으로 빠져나갈 경우 염색물량 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운 염색업체들의 연쇄부도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염색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국 최대의 염색전용 단지인 대구염색공단의 경우 열병합발전소 등 수천억원이 들어간 설비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염색업계는 그동안 염색 물량의 감소에 따라 채산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으나 구조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어서 제직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큰 충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도 난감해 하고 있다.

당장 이전에 따른 실업사태는 물론이고 섬유를 대체할 산업이 제대로 육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섬유업체들이 집단으로 이전할 경우 단기적으로 섬유 관련 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섬유업체의 집단 해외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대구염색공단의 염색전용단지 해제를 비롯해 3공단 이현공단 등 도심공단의 재개발 사업 등에 대구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구지역의 섬유산업은 한때 제조업생산에서 40% 이상을 담당하기도 했으나 구미공단의 화섬업체와 대구지역의 섬유업체들이 잇따라 업종 전환과 구조조정 등으로 대거 퇴출되면서 올 연말 기준으로 제조업 비중이 10%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