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에 한파겹쳐 '녹초'

전북 익산시 공무원들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주일 넘게 쉴새 없이 근무하면서 추위와 싸우느라 '녹초'가 됐다.

익산시 함열읍에서 발생한 AI가 고병원성으로 판명난 지난 달 25일부터 비상체제에 들어간 공무원들은 휴일도 반납한 채 2일에 이어 3일에도 모두 출근해 살처분 현장과 상황실, 통제초소, 방역, 물품지원실 등에서 분야별로 비상근무를 했다.

이한수 시장과 여직원 등 공무원 130여명은 인체 감염을 우려해 현장 접근을 꺼리는 살처분 작업을 자원, 이틀째 살처분 현장에서 밤늦게까지 구슬땀을 흘렸다.

시청은 물론 각 읍면동사무소 직원 등 전체 1천400여명 중 400여명의 공무원들도 19개의 통제초소에서 경찰 및 군인과 함께 매일 6시간씩 4교대(2인 1조)로 보초를 서고 있다.

AI발생 농장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이들은 가금류 및 사료의 반ㆍ출입 금지와 함께 각종 차량 및 사람의 통행 등을 엄격히 제한하며 24시간 감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성 공무원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이들 역시 오후 심야근무(오후 10시-익일 새벽 4시)에 배정되면 육아 등 가정 일을 잠시 미루고 꼼짝없이 3평 남짓한 컨테이너 임시건물에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보통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통제초소에 나가야 하는 이들 공무원은 다음 근무자와 교대한 뒤 귀가하지 못하고 곧장 해당 부서로 돌아가 밀린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기온마저 영하 4-5도까지 급격히 내려가면서 날씨가 매서워지면서 피로에 지친 공무원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통제소에 난로가 없는데다 마땅한 방한복도 지급되지 않아 승용차에서 히터를 틀어 놓고 있는가 하면 손 난로에 의존하는 바람에 감기에 걸린 공무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방역팀은 영하의 날씨로 소독약이 얼어붙는 바람에 염화칼슘을 다시 뿌려야 하는 등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격무가 계속되자 일부에서는 불만도 터져 나오지만 대부분은 AI의 확산 차단을 국가적 중대사로 인식, 사무실과 통제초소를 오가며 묵묵히 일하고 있다.

익산시 관계자는 "살처분과 매립 등 중요한 일은 내주 초께 마무리 될 예정이지만 통제초소 근무와 방역 등은 빨라도 이달 말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면서 "예산이 많이 드는 난방시설은 아니더라도 사기진작을 위해 방한복이나 장갑 등은 지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산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