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광풍을 재연할 수 있는 '시한폭탄' 격인 뚝섬 상업용지 4개 블록 가운데 3개 블록에서 공급될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가 인하 방안에 대해 서울시가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매각한 뚝섬 부지 가격이 평당 최대 7734만원이나 돼 분양가가 평당 5000만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어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에 미칠 후폭풍은 메가톤급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부총리와 건설교통부는 여러 차례 분양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정작 분양가 인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서울시는 "뾰족한 답이 없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평당 3000만원대로 떨어뜨려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용적률과 주거비율을 높이는 등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몸 단 재경부·서울시는 '뒷짐'

재정경제부의 노대래 정책조정국장 등 고위관리들은 뚝섬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재경부가 특정 지역의 분양가를 언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뚝섬 주상복합 고분양가의 폭발력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지난 28일 자청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이 문제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뚝섬 분양가가 평당 5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격대에 분양되면 뚝섬에 비해 주거여건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강남구 아파트를 필두로 서울 및 수도권 전체 아파트가 다시 한번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재경부가 몸이 단 데 반해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들은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골치 아프다"거나 "용적률 및 주거비율을 조정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초 뚝섬 부지를 평당 5668만∼7734만원에 비싸게 매각한 원죄가 있으니 대책을 마련할 명분이나 대안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분양가 평당 3000만원대로 떨어뜨려야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뚝섬 주상복합아파트 용적률을 높이거나 주거면적 비율을 높여 분양가를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400%인 1구역의 용적률을 500%로 높이거나 50%인 주거비율을 60~70%대로 올리면 분양가를 낮출 수있다는 얘기다.

이미 서울시가 정부 방침에 따라 주상복합아파트 주거비율을 상향조정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낙찰자에 대한 특혜 문제와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의 반발이다.

그러나 용적률 및 주거비율 조정으로 낙찰자에게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회수해 공공임대주택 용도 등으로 사용하면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인 K교수는 "서울시 분양가 심의위원회가 나서 원가와 개발이익을 검증하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어 특혜 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찰에서 떨어진 업체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할 여지도 있지만 전국적인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 목적이 있는 만큼 법원도 서울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면 분양시기를 집값이 다소 안정되는 시기로 계속 늦추는 소극적인 대응밖에 길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업지역의 주거비율을 높이는 것은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기여할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 도심 기능을 해치는 부작용만 낳는다"며 "선시공·후분양을 통해 분양시기를 늦추는 소극적인 방법밖에 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서울시가 매각 부지를 되사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재정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