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두사람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우는데 공헌하신 3.15의거 희생자 영령들 앞에서 평생을 함께 하는 결혼서약을 합니다"

28일 오후 경남 마산시 구암동 국립3.15민주묘지에서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김동훈(28)씨와 예비 신부 성진경(25)씨가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이색 결혼서약식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결혼서약식은 먼저 예비 신랑.신부가 3.15민주묘지 제단에 헌화와 분향을 한 뒤 의거희생자 영령에 대한 경례와 묵념이 이어졌다.

이어 이들은 결혼서약서를 함께 들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3.15민주유공자의 높은 뜻을 깊이 새겨 건강한 민주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우리는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부모님의 정성을 헤아려 항상 효도하는 마음으로 공경하고 성실한 부부생활을 통해 자녀를 최소한 셋 이상은 낳아 우리나라 발전의 토대가 될 훌륭한 민주동량으로 키워내겠다"고 큰소리로 읽었다.

낭독이 끝난 뒤 두사람은 이 결혼서약이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성실히 지켜나가겠음을 3.15의거 희생자 영령 앞에서 맹세하는 자필 서명까지 했으며 박원택 국립3.15민주묘지관리소장이 증인으로 함께 서명했다.

이어 두사람이 하나됨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류대식 마산보훈지청장과 김재복 창신대 부학장, 김종배 3.15의거기념사업회장, 진두성 4.19민주혁명회 경남도지부장, 오무선 4.19혁명희생자유족회 경남도지부장의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이날 참석한 각계 인사들은 젊은 두사람의 결혼서약을 축하하는 선물을 전달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가졌다.

결혼서약식을 마친 뒤 예비신랑 김씨는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희생한 3.15의거의 의미를 알게 됐고 결혼을 앞두고 좀 더 엄숙하고 거룩한 분위기에서 결혼 서약식을 갖고 싶어 이곳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비신부 성씨는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가진 결혼서약식이 왠지 가슴 뭉클했으며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만약 결혼한 뒤 서로 다투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이곳에서의 결혼서약을 기억하면 금방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행복하게 웃었다.

(마산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choi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