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5개 자치구가 주택투기지역에 추가됨으로써 마침내 서울의 25개 자치구가 모두 투기지역에 포함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서울특별시는 이로써 명실상부한 '투기특별시'가 된 셈이다.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는 인천 연수.부평구와 울산 동구.북구, 경기도 시흥시와 함께 강북 5개 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한 데 대해 노원.도봉.중랑구는 앞으로 값이 오를 전망이고 동대문.서대문구는 집값이 최근 두 달 연속 전국 평균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각각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싼 곳이다.

같은 평수라도 강남의 몇 분의 1밖에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곳까지도 투기지역으로 묶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긴 한동안 잠잠하던 투기 바람이 추석 연휴 이후 광풍으로 돌변하면서 수도권 전역에서 "집값이 미쳤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판이니 정부도 워낙 다급한 입장이었을 거라고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부동산정책을 쏟아내서는 안 된다.

엊그제도 느닷없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했다가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폭발하자 하루 만에 번복하는 망신을 자초하지 않았던가.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터에 무슨 대책인들 약발이 먹히겠는가마는 그래도 정부가 이렇게 모양새 없이 일을 처리해서는 곤란하다.

이제 전국 250개 행정구역 가운데 주택투기지역은 88곳으로 35.%에 이르게 됐다.

주택투기지역제도가 지난 2003년 2월 도입된 후 4년도 채 안 돼 전국의 3분의 1 이상이 지정됐다.

토지투기지역도 95곳으로 38%나 된다.

주택과 토지 하나라도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행정구역은 47.2%인 118곳으로 전국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러다간 머잖아 경기도 전체가 `투기수도권'으로 지정되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전국이 `투기공화국'이 될 판이다.

그러나 과문인지는 몰라도 이 제도 덕분에 부동산이 잡혔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되레 매물만 줄어들게 만들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공연히 세금 부담만 늘어나고 대출 조건도 까다로워졌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실거래가 과세가 전면 시행되므로 이번 투기지역 지정은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강북은 수요기반이 취약하고 구매력이 높지 않아 내버려둬도 안정될 지역이었는데 정부가 너무 조바심을 낸 나머지 시장의 배분효율을 손상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말하자면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주민들만 불편하게 만들면서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정부가 앞장 서서 내보내는 꼴이다.

문제는 정부가 일을 저지르고 해법은 어뚱한 곳에서 찾으려 한다는 데 있다.

지난 2003년 강남의 아파트값 급등은 신축 물량 부족과 재건축 규제 등에 따른 수급 불안에서 비롯된 국지적 현상이므로 굳이 정부 차원의 개입까지는 필요없다는 충고를 묵살하고 10.29 부동산종합대책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게 사태를 악화시킨 발단이다.

그리고도 8.31대책, 3.30대책, 11.15대책 등 무지막지한 강공책으로 밀어붙였는데도 강남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되레 수도권 전역이 투기 광풍권에 들어간 것은 해법의 번지수가 틀렸기 때문이다.

경남 마산의 아파트 분양 현장에 늘어선 청약신청자의 줄이 5~6㎞에 이를 정도로 투기 광풍은 이제 전국을 집어삼킬 태세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연히 변죽을 울리지 말고 투기의 진앙인 강남의 `미친 집값'을 잡을 묘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대책은 지금까지의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시장 기능을 살리는 쪽이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