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몰라라' 태도에 '연대 책임론' 불거져

부동산정책 난맥상의 책임을 지고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물러난데 대해 과천청사 일각에서 '연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수도권 집값 급등의 가장 큰 이유가 '공급부족'이기도 하지만 대출관행, 무차별 세금폭탄 등 집값 급등의 원인을 제공했던 재정경제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나 열린우리당 등에서는 책임론과 관련 하나같이 '내 몰라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YS 정권때부터 신도시 건설확대를 요구했으나 '시장 불안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작년 5월 추 장관의 신도시 개발 당위론은 '결정도 안된 내용으로 시장불안을 조장한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고압적인 자세에 묻혀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이 때라도 신도시 개발을 서둘렀다면 지금같은 시장 불안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급등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대출 금리를 높이거나 은행권의 대출관행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건교부 주장도 '경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반대론에 막혀 대책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보유세 강화 역시 건교부는 90년대부터 '시장 안정을 위한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소리쳤지만 8.31대책에 이르러서야 반영될 정도였다.

게다가 국민들로부터 원성이 높은 8.31대책은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를 맡았고 재경부가 관계부처 협의를 주도했다.

건교부는 이들의 구미에 맞는 정책수단을 마련했을 뿐이다.

오죽하면 건교부내에서 조차 '정책결정 과정에서 너무 목소리를 못낸다'는 지적이 나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할 때마다 비난의 화살은 건교부에 쏠린다.

세금부담이 너무 커 집을 팔 수조차 없다는 목소리도, 세금이 두배나 올라 생활비를 줄였다는 항의도 건교부를 향한다.

건교부가 국민들로부터 원성을 한몸에 받는 사이 연대 책임을 느껴야 하는 재경부는 '앞으로 부동산정책은 우리가 접수한다'는 태도고 열린우리당은 "추병직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 청와대는 "우리는 부동산전문가가 아니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실패는 건교부의 일만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정책이 왜 실패했고 정책 성공을 위해서는 부처간, 당정간 어떤 역할 분담이 필요한지, 부동산을 모르면서 내가 떠들어 혼란을 만들지는 않았는지, 진심으로 정책 관계자 하나하나가 반성하고 따져봐야 할 문제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