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병직(秋秉直) 건교장관, 이백만(李百萬) 청와대 홍보수석, 정문수(丁文秀) 경제보좌관의 일괄 사의표명 사실은 14일 오후 청와대에 의해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당사자들의 사의 표명, 대통령 보고, 대변인 공식 발표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3∼4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그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대개 고위 공직자들의 사의 표명 사실이 언론 취재를 통해 시차를 두고 사후적으로 알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이들 부동산정책 라인의 사의 표명 사실이 전격적이고도 신속하게 발표하게 된 것은 민심이반 조짐을 차단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청와대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사의표명 발표를 늦출 경우 불필요한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는 만큼, 부동산 정책 파문을 조기에 매듭짓고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뜻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추병직 장관은 전날 국회 답변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혀 금명간 사의를 밝힐 가능성이 예측됐지만, 이백만 수석과 정문수 보좌관의 사의표명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추 장관은 이날 아침 이병완(李炳浣)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통해 사의를 공식 전달했고, 이 수석과 정 보좌관은 일일상황점검회의가 끝난 후 이날 오전 9시∼10시께 각각 별도로 이병완 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 실장은 곧바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세 명의 사의표명 사실을 보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 사실상 사의를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실장은 곧바로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에게 세 명의 사의 표명사실을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윤 대변인은 이날 평소보다 30분을 앞당긴 이날 오후 1시30분께 정례 브리핑을 통해 추 장관 등의 사의표명사실을 발표했다.

추 장관은 물론 청와대 핵심 참모 2명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그분들이) 시기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사의를 표명하겠느냐고 생각했는데..."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고, 다른 관계자는 "같이 일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백만 수석은 이병완 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후 산하 비서관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의를 결심하고, 비서관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린 것은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뜻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최근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으로 인책 논란에 휩싸이면서 임기말 국정장악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일부터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강남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에 사는 전.현직 수석ㆍ비서관들의 주소는 물론 집값이 몇억에서 몇억으로 올랐다는 것 까지 다 올라오고 있다"며 "이 정도가 되면 지지도 몇 % 오르내리는 문제가 아니라 국정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추 장관 등의 사의 수용은 내용에 있어서는 '문책성 경질'로 해석된다.

청와대 참모진 교체는 그동안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 처럼 '문책성' 성격을 띤 교체는 지난해 1월 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 인사파문을 둘러싸고 인사검증 오류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박정규(朴正圭) 민정수석과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이 동반 퇴진한 데 이어 두번째이다.

당시에도 노 대통령은 두 참모의 사의 표명을 받고,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거쳐 '경질'하는 방식을 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