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야구가 성인 국가대표팀에 이어 프로팀끼리 대결에서도 한국을 위협할 수준까지 급성장했다.

한국 야구는 그동안 프로리그의 수준에서는 대만보다 낫다고 자부해왔으나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이 11일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의 라뉴 베어스에 패하면서 이제는 쉽사리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성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대만 대표 싱농 불스를 4-3으로 힘겹게 제쳤지만 올해는 시즌 내내 침체했던 타선이 끝까지 침묵하면서 결국 라뉴에 2-3으로 역전패했다.

라뉴는 6회 린지셩의 홈런 한 방으로 우승을 노리던 삼성의 목표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홈런은 도쿄돔 좌측 상단 벽을 맞고 떨어진 140m짜리 초대형 홈런이었다.

파워를 앞세운 라뉴의 공세에 삼성의 막강 불펜은 별 다른 위용을 보이지 못하고 패퇴했다.

라뉴의 선발로 등판한 좌투수 우스요우는 양준혁에게 밋밋한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투런포를 맞긴 했으나 5⅔이닝 동안 2실점으로 막아 대만리그에서 다승 2위, 평균자책점 3위(2.27), 탈삼진 2위(142개)에 오른 최상위급 투수 다운 기량을 과시했다.

대만리그는 그동안 한국에서 한 물 간 선수 또는 한국에서 퇴출된 외국인 선수가 향하는 또 다른 행선지 정도로만 알려졌다.

미국 야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덕분에 전통적으로 파워를 앞세운 공격력이 좋은 것으로 전해진 게 사실상 전부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시리즈 들어 라뉴가 보여준 활약상은 한국과 일본으로 상징돼 오던 아시아 프로야구 지형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만큼 충격적인 것이었다.

라뉴는 일본 챔피언 니혼햄 파이터스를 맞아 비록 1-2로 역전패했지만 투타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니혼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기본기 부족으로 인한 실책성 플레이 탓에 경기를 내줬을 뿐 특유의 힘을 앞세운 공격은 '스몰볼'을 펼친 니혼햄보다 나았다.

홍이중 라뉴 감독은 대회 전 "지난해 싱농은 너무 투지가 부족했었다.

올해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치겠다"며 뭔가를 보여줄 듯 이를 앙다물었고 결국 삼성을 제치고 결승에 오르며 목표의 절반을 이미 달성했다.

이제는 아시안게임이다.

김재박 현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포지션별 프로 최고 선수들을 총망라해 아시안게임 3연패 도전을 선언했다.

대만도 국내 프로 및 해외파 선수까지 몽땅 끌어들여 한국 타도를 외치고 있다.

대만은 장치엔밍(요미우리), 린언위(라쿠텐), 린웨이추(한신) 궈홍즈(LA 다저스) 등 미일프로야구에서 수준급 활약을 보인 선수들을 모두 대표팀에 발탁해 한국의 우승 전선에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한국은 프로 선수가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국제대회에서 대만에 7승6패(삼성-라뉴전 포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그 중 6번이 1점차 승부였을 정도로 끈끈한 승부를 펼쳐왔다.

프로팀끼리 대결에서도 대만이 '복병'이 아닌 '난적'으로 둔갑한 이상 11월30일 벌어지는 아시안게임 1차전 대만전에서 한국은 사활을 걸어야 할 판이다.

(도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