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은 내년으로 늦춰질 듯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남남 협력'을 위한 외교 행보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60%가 넘는 지지율로 압승을 거둔 뒤 지난 주 휴식기간을 가진 룰라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초 집권 이래 주요 외교 목표로 삼아온 남남 협력 강화를 위해 해외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룰라 대통령은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스스로 '남남 협력의 중심축'으로 규정한 중남미와 아프리카 4개국을 잇따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오는 13일께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기능 강화와 중남미 통합의 정치기구 역할을 할 중남미 국가공동체 위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방문할 계획이다.

브라질 기업들이 참여한 가운데 건설된 베네수엘라 오리노코 강 다리 준공식에 참가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다음달 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측면지원하고 메르코수르 및 중남미 국가공동체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이어 아직 정확한 일정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중남미-아프리카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나이지리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미 올해 안에 개최가 합의된 정상회담은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방문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우루과이를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5일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에 불참한 룰라 대통령은 타바레 바스케스 우루과이 대통령과 만나 미국-우루과이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여부를 둘러싼 메르코수르 내 갈등 해소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다음달 8일 볼리비아에서 열리는 제 2회 중남미 국가공동체 정상회담 참석을 끝으로 해외순방 일정을 마무리한 뒤에는 14일 브라질리아에서 개최되는 메르코수르 정상회담을 주재한다.

브라질은 현재 메르코수르 순번의장국이다.

메르코수르 정상회담에서는 특히 대형 목재펄프공장 건설 문제를 놓고 빚어진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간의 갈등을 풀기 위한 중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선 승리 이후 예상된 룰라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교부 장관은 "룰라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방문을 요청받았으나 올해 안에 미국 방문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올해 안에는 남남 협력 외교에 주력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