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 주가조작에 개입한 론스타 본사 경영진 2명 등 핵심 관련자 들의 체포ㆍ구속영장이 한꺼번에 기각되자 검찰이 법원과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를 보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올 3월부터 장장 8개월 동안 진행해 온 론스타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비리 의혹의 본체에 접근하는 듯 했으나 영장이 무더기로 기각당해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암담한 상황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심야에 영장 기각 소식을 듣고 "`코미디다', `기가 막힌다'는 두 마디를 했던 것이 결코 감정적 대응이 아니었다.

만에 하나 이번 사건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법원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검찰이 반발하는 이유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 주가조작은 `시장 살인행위' = 검찰이 영장 기각에 반발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의 살인행위로 묘사될 정도로 중대범죄인 주가조작 사범에게 자칫 불구속 수사ㆍ재판이 일반적인 관행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소액주주들이 입은 피해액을 226억원으로 추정해 국내 주가조작 범죄 중 최대 규모로 꼽고 있다.

더욱이 외환카드 직원들이 2003년 6월 직장을 살리기 위해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하고 집단대출을 받아 주당 5천원에 유상증자를 실시한 직후 이번 사건이 터졌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중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법원이 이번 사건의 실체는 인정하면서도 온갖 이유를 들어 수많은 주주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사법정의에 반하게 영장을 기각한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올 들어 주가조작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례가 단 한건도 없었다는 점도 검찰의 분노를 촉발시킨 요인이다.

실제로 벤처신화를 일궈냈던 3R㈜ 대표 장성익씨가 올 6월 허위공시를 한 뒤 자사 주식 344만여주를 매도해 14억9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음에도 구속됐다.

외환카드 주가조작은 미국의 거대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 주식시장을 유린하며 소액주주들을 등친 `악질적인 사건'임에도 법원이 솜방망이를 때린 데는 사법적 잣대 외에 다른 배경이 있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 금감원 산정 결과도 못 믿는나 = 서울중앙지법 민병훈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합병 요인으로 주가가 왜곡되는 점도 있는 만큼 단순히 주식 시가만으로 이득액을 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부당이득액 266억원에 대한 검찰의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검찰은 이 주장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국내의 금융기관들을 감시ㆍ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226억원의 손실액을 직접 산정한 후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대한민국에서 주가조작 사건을 전담해 온 금감원이 통상의 사건 처리와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후 범행 수익액을 최소한 226억원으로 계산한 것을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더 조사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또 범행수익 산정 문제는 최종 판결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법원이 이득액 산정 방법을 문제 삼아 영장을 기각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외국인ㆍ해외체류자 수사 불능 = 주가조작의 핵심인물인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자문 이사는 검찰이 안전한 출국을 보장해 주지 않는 한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며 출석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원도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들이 무조건 입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출국을 보장했더라면 입국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외국에 있는 피의자들을 소환할 경우 아무리 중죄인이더라도 출국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냐. 출국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체포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외환은행의 최대 주주인 론스타 경영진이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진술을 번복하라고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최재경 중수1과장은 "일단 입국해 조사를 받은 후 혐의가 없는 것으로 소명된다면 출국하면 되고, 혐의가 있다면 상응한 처리를 받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 수사팀이 굉장히 힘들어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증거인멸 없다고 도주 안 하나 =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한 검찰의 충격은 훨씬 심각하다.

법원이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증거물을 이미 확보하고 있고 주거도 일정한 만큼 구속은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채동욱 기획관은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은 주거가 일정하다"고 전제한 후 "아무리 주거가 일정하더라고 구속을 좌우할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없으며 중대범죄가 소명되면 도망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거래법 상 주가조작으로 5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할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혐의가 소명되면 도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검찰은 유 대표가 거짓 진술로 일관하고 있고 회사 내부 메일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론스타 본사 경영진과 1주일에 3차례 이상 연락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것도 구속 필요 사유로 꼽았다.

이 때문에 검찰에 꼬박꼬박 출석해 도주 우려가 없는 것처럼 가장하는 지능범의 경우 수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우려도 검찰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