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계획'은 수요 억제를 위주로 한 '8·31 대책'과 함께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의 양대 축이다.

하지만 당초의 거창한 구상과 달리 실제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는 단지가 수두룩해 '구호성' 계획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강하다.

8·31대책도 결국 "집값만 올렸을 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은 임기를 1년여 남긴 시점에서 총체적인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착공 늦어져 전세난에 도움 안 돼

2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국민임대주택은 2003년부터 올해까지 39만가구를 공급하도록 계획이 잡혀 있다.

올 9월 말 현재 이 중 70.7% 정도인 27만6014가구가 사업승인을 받았으나 실제 착공에 들어간 물량은 14만3019가구에 불과하다.

특히 '국민임대주택 특별법'에 따라 2003.2004년에 1차로 사업승인을 받은 16개 국민임대주택 단지 가운데 △군포 부곡 △광명 소하 △시흥 능곡 등 7곳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착공이 지연되면서 입주물량은 그야말로 초라한 수준이다.

실제 2003년 사업승인을 받은 7만1791가구의 경우 인·허가 등을 감안,3년 정도 지난 올해에는 대부분 입주까지 마쳐야 정상인데도 올해 입주물량은 2만2787가구(올 9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최근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 데에는 이 같은 공급 차질이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왜 늦어지나

이처럼 착공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국민임대주택 건설이 대부분 그린벨트 해제지역을 대상으로 추진된 결과 토지보상을 둘러싸고 주민의 반발이 거센 데다 지방자치단체,인근 주민 등의 기피현상으로 공급계획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강산 김은유 변호사는 "국민임대주택이 주로 그린벨트 지역에 지어지다 보니 토지평가액이 일반 택지지구 보상가격보다 통상 절반 정도 낮게 책정된다"며 "이에 따라 원주민들의 반발이 다른 수용지구에 비해 훨씬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임대주택 단지로 지정된 곳 중 17개 지역에서 지구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토지보상,개발반대 등의 명목으로 제기된 민원은 총 821건에 이른다.

건교부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 반대와 주민보상 과정의 마찰이 심해 사업 일정이 크게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땅값이 해마다 크게 오르는 데다 각종 민원에 따른 토지보상가 인상으로 국민임대주택의 80% 이상을 전담하고 있는 주택공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 재원 부족에 따른 착공지연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공 관계자는 "아직까지 토지보상 금액을 감당할 수 있지만 땅값과 보상비가 더 오를 경우 현실적으로 토지수용이 어려워 착공은 물론 사업승인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심 임대주택 등 대안 필요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매년 10만가구씩 공급하는 임대주택 물량은 한 해 주택공급 물량의 20%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라며 "이러한 물량에 오차가 생긴다면 가격변동과 수급상황에 대해 정부가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0만가구라는 '실적'에 집착하지 말고 도심 내 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공이 도심 내 다세대·다가구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직장이나 생활근거지와의 출퇴근이 쉽고,임대료와 보증금도 국민임대주택보다 싸 서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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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임대주택이란 ]

국민임대주택은 대한주택공사나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사가 정부 재정과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해 30년 이상 장기간 임대하는 공공 임대주택이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70%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공급되며 규모는 11~24평형(전용면적 18평 이하)이다.

국민임대주택과 함께 전용 25.7평 이하 규모로 10년간 입주 후 분양 전환하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정부가 추진하는 임대주택 사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이 밖에 영구임대주택(전용 7~13평),도심 내 다가구 매입임대 등을 병행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규모는 크지 않다.

국민임대주택은 원래 택지개발사업시 총면적의 25%를 지정해 건설해왔으나 참여정부는 '국민임대주택 특별법'을 제정,국민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해 전체 가구의 50%를 국민임대주택으로 짓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