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자진회수 요청..전문가들 "우려 수준 아니다"

생후 6개월 이하의 일부 영유아 이유식에서 해로운 미생물로 알려진 사카자키균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극미량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시중 유통 6개월 이하 영유아용 이유식 전체 제품 12개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이 중에서 4개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이 100g당 0.36∼2.3마리 정도 검출됐다고 31일 밝혔다.

사카자키균이 나온 제품은 매일유업의 `베이비웰(Babywell) 소이Ⅰ', 일동후디스의 `후디스 아기밀 순유기농Ⅰ', 파스퇴르유업의 `누셍 유기농장Ⅰ', 남양유업의 `남양스텝 명품유기농Ⅰ 등이다.

하지만 식품위생 전문가들은 크게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며 소비자들의 과민한 반응을 경계하고 있다.

원래 이유식 자체가 멸균제품이 아니라, 각종 곡물과 과일분말 등을 혼합한 저온살균 제품이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로는 제조공정 과정에서 미생물 오염 가능성을 100%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섭씨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타서 찬물로 식혀 먹이면 미생물이 완전히 사멸되는 등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내 사카자키균 전문가로 통하는 한국식품연구원 오세욱 박사는 "사카자키균은 100g당 10만 마리 수준은 되어야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는 면역결핍 영아나 28일 미만 영아, 2.5㎏ 미만 저체중아 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극미량일 경우에는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식약청은 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사카자키균이 검출된 해당 제품들을 자진회수하도록 해당업체들에 요청한데 이어, 원료와 완제품, 기계.기구류에 대한 철저한 소독 등 자체 품질 검사를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또 이유식 제품을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의무적용 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유식 제품의 안전관리를 위해 6개월 이하 영유아용 이유식 제품에 대한 사카자키균 기준규격을 설정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불검출'을 권장규격으로 정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식약청은 2004년 영국과 미국 등에서 대장균군의 일종인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소시모)'과 공동으로 2004년부터 지난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국내 조제분유와 이유식에 대한 수거검사를 실시했었다.

그 결과, 두번째 검사에서 6개월 이상의 영유아 대상 이유식 제품 65개 중에서 11개 제품에서 100g당 2마리 정도의 낮은 수준의 사카자키균이 나와 이 같은 검사결과를 지난 5월말 공개한 바 있다.

이후 식약청은 어린이 식품 안전관리 강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조제분유 및 이유식에 대한 사카자키균 모니터링에 나서 이번에 6개월 이하 일부 영유아용 이유식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이 극미량 나온 것을 확인했다.

이와는 별도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올들어 9월까지 6개사 34개 조제분유 제품에 대해 사카자키균 오염실태를 검사한 결과, 남양유업이 지난 4월18일 제조한 '알프스 산양분유' 제품에서 300g당 1마리 정도의 극미량의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며 판매금지 및 자진회수 조치했다고 지난 9월7일 밝힌 바 있다.

아무튼 식약청은 앞으로 시중 유통 6개월 이하 영유아용 이유식 모든 제품을 불시 수거 검사해 사카자키균 검출제품에 대해서는 회수폐기 조치하는 등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청은 나아가 한번 먹이고 남은 조제분유와 이유식은 보관하지 말고 반드시 버리도록 하며, 젖병과 젖꼭지, 손과 스푼 등도 깨끗이 씻어 살균처리하는 등 청결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사카자키균이란 = 이름도 낯선 사카자키균은 장내세균의 일종이다.

1980년대 들어 일본의 미생물학자인 니이치 사카자키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이다.

2005년 현재까지 적어도 10개국에서 전 세계적으로 76건의 감염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9개 주 이상에서 발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장 또는 자연환경에서도 많이 발견되는 등 서식지는 다양하다.

특히 공기나 물은 물론 일반식품이나 치즈, 건조식품, 야채 등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사카자키균의 독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중이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발생빈도가 낮긴 하지만 신생아와 유아에게 치명적인 수막염, 패혈증, 발작, 괴사성 장관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카자키균이 유발하는 신생아 뇌수막염의 경우 20∼30% 정도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조제분유와 이유식 뿐 아니라 외국 분유에서도 사카자키균은 검출됐다.

지난 1988년에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141종류의 조제분유에 대해 장내세균 검사를 실시한 외국 연구조사를 보면 52.5%에서 장내세균이 검출됐고 이 중에서 14.2%에 해당하는 20개 시료에서 사카자키균이 나왔다.

또 1997년 캐나다의 5개 분유회사 120개 분유제품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보면 6.7%에 달하는 시료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

영국 노팅엄 대학이 2004년 검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한국 등 7개국에서 생산된 조제분유와 건조 유아식에서 사카자키균 등 13종의 장내세균이 나왔다.

사카자키균은 자연환경에 널리 분포하기 때문에 분유나 이유식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분유를 조제할 때 사용하는 젖병솔이나 스푼, 모유를 보관하는 유축기 등에서도 검출되었으며, 식품공장이나 일반 가정집도 예외가 아니다.

주로 신생아에게 수유할 때 사용되는 용기나 기구 등의 오염으로 이 균에 감염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제외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일본, 미국에서는 이 균에 대해 별도의 기준 규격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지 않으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장균군으로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