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천 검단지구와 파주3지구 등 3기 신도시 개발을 본격 추진키로 함에 따라 향후 4~5년간 수도권 택지수급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 구상대로 내년 상반기 중 분당급 신도시를 추가하면 2010년까지 매년 30만가구를 짓는 데 필요한 수도권 공공택지는 일단 확보되는 셈이다.

하지만 집 지을 땅만 있다고 집값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주택을 싼 값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재건축이나 관리지역 등 민간택지의 경우 정부 목표대로 매년 1만가구 안팎의 주택이 공급되려면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신도시는 물론 재건축과 그린벨트 등 주택정책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적재 적소에 주택을 공급해야

현재 인천 검단지구와 판교·동탄·파주·광교 등 2기 신도시를 포함,건설교통부가 지정한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와 청라·영종·송도신도시 등 경제자유구역 등에서 공급될 주택물량은 대략 50만가구를 넘지만 상당수는 서울에서 40~50km나 떨어져 있다.

주택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근교는 반경 20~30km가 사실상 '성역(聖域)'처럼 간주되는 그린벨트로 둘러싸여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정부가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물량 맞추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린벨트도 개발 컨셉트 바꿔야

그린벨트를 개발할 경우 반드시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고 있는 현재의 개발 컨셉트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도권 그린벨트 안에서 국민임대주택단지로 개발키로 한 땅만 1193만평(주택 20만6200여가구)에 이른다.

이는 분당신도시(594만평) 2개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들 임대주택단지의 개발 컨셉트를 과감히 바꿔 용적률을 높이고 임대주택 일부를 분양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고급 주택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어 강남권 등의 집값안정에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현재 평균 15층 이하에 용적률 150% 이하로 제한돼 있는 국민임대주택단지 개발 밀도를 10~20%만 높여도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고 2만~4만가구 이상을 추가로 지으면서 쾌적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해서 생긴 개발이익을 저소득자를 위한 도심권 다가구·다세대주택 매입 재원으로 활용하면 집값 안정과 서민주거복지 증진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재건축 정책도 손질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다.

안전진단 요건 강화에다 개발부담금,기반시설부담금,임대주택 건설 의무화 등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이미 대부분 입법화됐고 지자체별로 재건축 정비기본계획 등이 수립돼 단계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 만큼 2~3년 뒤를 내다 보고 주택공급 스케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 주택공급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건축이나 관리지역 등에서 매년 1만가구 정도가 추가 공급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아직 없는 실정"이라며 "2~3년 뒤의 강남권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당장은 어렵더라도 규제 일변도의 재건축 정책기조를 선별 완화하는 방식으로 바꿔 주택수급 스케줄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익은 개발계획 남발 자제를

정부와 수도권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주택 등 개발계획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만 해도 △건교부의 검단 및 파주신도시 추가 개발 △경기도의 4대 명품 신도시 구상 △서울시의 4차 뉴타운(재정비지구) 선정 방침 등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주택수급과 개발계획 등의 혼선과 공약 남발을 막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주요 지자체들이 상설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라는 지적이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주요 지자체들이 협의체 등 공조 시스템을 통해 각종 개발정책을 사전에 조율해 내놓으면 수정·변경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계획에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