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신도시 계획을 불쑥 발표해 인책론이 일고 있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27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부처 간 사전 조율 없이 신도시 계획을 흘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추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이날 과천청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추 장관은 안건인 '수도권 공공택지(검단 신도시) 개발계획' 보고에 앞서 신도시 발표를 둘러싼 혼선에 대해 사과했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추 장관은 "최근 신도시 발표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경제부총리와 관계장관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불안 조짐이 나타나 급한 마음에 정부의 공급확대 의지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실에 들렀었다"며 "당시 구체적인 지역을 거명하지 않고 추가 신도시 건설 등 정부의 공급확대 방침을 다시 한번 강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추 장관은 "어쨌든 이런 설명이 특정 지역의 투기 열풍으로 확대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인천 검단지역은 하천 수질보전 등 환경적으로 검토할 게 많은 곳인데,관계 부처와 협의하던 중간에 계획이 공개된 건 문제"라며 추 장관을 겨냥했다.

분위기가 다소 어색해지자 권 부총리는 "공식 발표 전에 신도시 계획이 알려진 건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집값 안정을 위해 신도시 추가 개발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관계부처와 협의가 끝나기 전에라도 일단 신도시 예정지역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해야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며 환경부 국방부 농림부 등 협의대상 관계부처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회의 직전 추 장관이 탁자 위에 놓인 컵으로 물을 한 모금 마실 때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자 그는 겸연쩍게 웃으며 "속이 탄다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