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자동차 등 31개 대기업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북핵 파장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본지 10월23일자 1면). 북핵 리스크로 인한 해외 차입비용 증대, 국내 소비와 투자 위축 등 불확실성(不確實性)이 훨씬 커졌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50% 이상이 북핵 파장이 최소한 6개월 넘게 갈 것으로 예상한 것을 보면 경제현장에서 느끼는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쯤 종결될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 중국 미국 등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북한의 2차 핵실험 가능성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도 아니고,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또 어떤 사태로 발전할지 북핵 리스크는 좀체 해소(解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로서는 당장 내년 사업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막막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민간연구소에서는 북한 핵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내년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올해 경제상황을 '사실상 불황'으로 규정하고, 우리 경제성장률이 내년 1분기로 가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거시정책의 새로운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 것도 북핵 사태가 크게 작용한 때문임은 물론이다.

다른 그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경제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의 대응자세를 보면 정말 답답하고 불안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핵 해법을 둘러싼 우리 외교안보 라인의 입장이 도대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다. 이 판국에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은 개성공단을 방문해 춤판 파문(波紋)까지 일으켰다. 이 모두 기업들의 불안감이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되레 높이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경제정책 당국자들도 좀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권 부총리는 거시정책의 조율과 관련해 재정의 조기집행을 언급했다.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우물쭈물할 게 아니라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완화도 절실하다. 경기도 내려앉고 잠재성장률도 추락하고 있는 마당에 기업투자를 되살리는 일보다 더 시급한 과제가 또 있는가. 거듭 강조하지만 정부는 거시와 미시 모든 차원에서 기업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소비 위축을 막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