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악화 중지 대북 경고..`한반도 안정적 비핵화' 천명

"유엔 안보리가 채택할 필요하고도 적절한 대북 대응조치를 지지하며, 북한은 2차 핵실험 등 상황악화 행동을 중지하고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하며, 북핵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베이징(北京)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실험 강행에 따른 공동 대응 방안으로 발표된 골자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핵실험 후속 대책으로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북 제재의 실효성면에서 가장 많은 수단을 가진 양국의 정상이 일단 원칙적으로 유엔 대북 제재안을 지지하기로 천명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단합되고 조율된' 대북 제재 흐름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두 정상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제재 국면속에서도 북한에 외교적 '탈출구'를 주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 같은 두 정상의 입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이 하지 않은 것보다 손해"라는 경고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하지만, 더불어 대북 제재의 목적이 '북한 징벌' 자체가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적 비핵화'이며, 이를 위해 강경일변도 제재만으로 치달아서는 안된다는 공통된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지지 = 두 정상은 북한 핵실험 이후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변화에 따라 단독정상회담 시간을 1시간 4분으로 예정보다 30분 늘려 머리를 맞댔고, 북핵실험 대책에 국한해 집중적인 논의를 벌였다.

특히 목전에 다가온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대북 제재 문제와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번 회담은 유엔헌장 7장의 포괄적 적용 여부, 대북 제재의 범위 등을 놓고 미국.일본의 강경론에 맞서 중국이 견해를 달리했던 만큼, 안보리 결의안 제재 수위의 완화를 위해 양 정상간에 심도 있는 의견교환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날 새벽까지만 해도 군사적 제재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유엔헌장 7장을 포괄적으로 원용해야 한다는 미국 및 일본의 입장과 군사적 제재 가능성을 차단하는 유엔헌장 7장 41조에 국한된 결의안 채택을 주장하는 중국.러시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고, 결의안 채택이 연기될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앞두고 뉴욕 현지에서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간에 막판 쟁점에 대한 이견을 해소했고, 중국측 주장에 따라 비군사적 제재만 허용하는 유엔헌장 7장 41조를 적용하는쪽으로 타협의 이뤄짐에 따라 한중 정상회담도 오히려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발을 맞춘 대북 제재 동참'이라는 쪽으로 논의의 무게가 실렸다.

송민순(宋旻淳) 안보실장이 브리핑에서 두 정상간 합의사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하고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는 것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회담 분위기를 반영했다.

양국은 이미 군사적 제재, 무력 제재는 반대한다는 원칙을 천명했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이 방안을 배제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군사적 제재 포함 여부 등 제재 수위의 세부적인 의견 교환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두 정상은 조만간 채택될 유엔 제재 결의안의 실효성을 높이고, 북한의 핵실험을 확고하게 반대하고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유엔과 공동 보조를 맞추는데 회담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결의안의 구체적 내용이나 개별 국가의 제재 조치 등에 대해서는 양 정상이 논의하지 않았다"(송민순 실장)고 발표한 대로 대북 제재의 세부 방안을 논의하지 않은 점은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해석이다.

정상 차원에서 제재 수위를 둘러싼 세부적 논의로까지 들어갈 경우, 자칫 대북 제재라는 큰 흐름속에서 미.일 강경론과 한.중 온건론이라는 대척적인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고,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합의사항은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 지지"라는 원칙적 선에서 발표됐다는 해석이다.

한.중 정상도 유엔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국제법적 효력을 갖고 있는 결의안을 준거로 삼아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제재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으며, 현 시점에서는 북한에 "핵실험을 한 것이 하지 않은 것 보다 손해"라는 단호하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엔을 통한 조치나 다른 개별적 조치가 실제로 한반도 비핵화를 조기에 이루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볼지는 구체적인 후속 협의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 송 실장이 밝힌 것처럼 금명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된 후 국가별 세부 제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물밑으로 잠복한 제재 방안의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대북(對北) 경고와 외교적 '출구' 모색 병행 = 한ㆍ중 정상은 유엔 안보리 제재안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북한 핵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북핵 해법을 놓고 미국 일본 등의 강경 주도 흐름과 달리 대화에 방점을 둬왔던 한ㆍ중 양국이 북한 핵실험이라는 변화된 상황을 맞아 대북 압력, 제재 흐름에의 동참은 불가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 외교, 평화적 해법의 끈을 놓치지는 말아야 한다는 양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일치된 궁극적 목표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 핵을 포기시키는 것이라면, 상황을 악화시키는 극단적인 행동은 피하면서 북한에 '탈출구'을 열어놓고 압박과 제재를 북한 설득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략적 대응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ㆍ중 양국이 정상회담 합의사항으로 "한반도의 '안정적' 비핵화가 무엇보다 긴요하다"며 비핵화에 이르는 방법으로 '안정적'이라는 수식 문구를 삽입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이 함축돼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을 향해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준수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일체의 행동을 중지하고, 6자 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혀 북한의 2차 핵실험 실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와 더불어 6자 회담의 유용성을 거듭 확인한 점도 의미있게 볼 대목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지난 11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고, 군사적 조치를 검토하기 전에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북한도 핵실험후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지가 변함없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최대한 '대화의 공간'을 넓히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한중 정상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국은 6자회담 관련국 중에서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북핵실험 국면에서 노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중재자 역할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두 정상이 이날 회담에서 "중국이 그간 6자 회담 과정에서 회담 개최국으로서 보여준 주도적 역할과 한국이 전개해온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에 대해 상호평가를 하고, 이러한 평가에 기초해서 북한 핵문제를 조기 해결하는데 필요한 외교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노력을 경주하기로" 합의했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양국은 다양한 경로로 조율된 노력을 다하고, 고위 실무선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당초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 등이 어떤 형태, 어떤 내용으로 재론될 것인지도 주목대상이다.

송민순 실장은 "기존의 양국 협력채널을 포함해 다양한 고위 실무회의를 통해 북핵 문제를 조기해결하는 어떤 방안을 만들고, 방안을 이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한중간에 조율된 다양한 협력을 할 것"이라며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성기홍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