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를 맞아 '경제성'을 비교우위로 내세우며 시장에 뛰어든 국산 디젤승용차들이 판매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의 디젤승용차 판매비율이 좀처럼 회복세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소형 디젤승용차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국산 첫 디젤승용차인 기아차의 프라이드 디젤모델의 경우 지난해 12월 전체 프라이드 판매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2.2%로 최고조에 이른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월 디젤모델의 판매비율이 58.1%를 기록한 데 이어 53.1%(2월), 48.2%(3월), 45.5%(4월), 44.6%(5월) 등으로 점차 줄어들었으며, 급기야 8월과 9월에는 각각 37.7%와 31.1%를 기록한 것.
지난해 9월 출시된 현대차의 베르나 디젤모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체 베르나 판매대수에서 디젤모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4월 43.6%였으나, 이후 판매비율이 하락, 5월 27.0%, 6월 22.2%, 7월 21.4%, 8월 10.6%, 9월 13.1%의 '저조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현대차의 클릭 디젤모델 역시 현재까지의 최고 월간 판매량이 31대에 그치는 등 미미한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경제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디젤승용차를 선택하는 만큼, 경유값이 오를대로 오른 현 상황에서 가솔린모델 보다 차 값이 비싼 디젤승용차를 굳이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경유값이 많이 올라 디젤승용차의 수요가 줄어든 게 사실이며, 최근 들어 판매가 주춤한 상황"이라며 "이는 경제성이 가장 중시되는 소형차 부문에서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준중형차인 기아차의 쎄라토 디젤모델의 경우 지난 7월 판매비율이 7.7%에 불과했으나 8월에는 33.7%를 기록하는 등 변동폭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중형차 부문에서도 기아차의 로체 디젤모델은 지난 4월(0.7%)과 5월(1.8%)에 비해 8월(6.3%)과 9월(4.7%)에 판매비율이 늘어난 반면, 현대차의 쏘나타 디젤모델 판매비율은 지난 2월 14.2%에서 9월 5.4%로 떨어지는 등 같은 급 간에도 편차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