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틀째인 10일 국제사회는 북한을 응징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결의안 채택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또 정부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는 한편 국내 여론 수렴과 이른바 '조율된 조치' 이행을 위한 관련국간 협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 조찬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전두환(全斗煥)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갖고 북한 핵실험 사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이 전날 특별 기자회견에서 밝힌 "단호하면서도 차분하고 전략적으로 잘 조율된 조치"를 강구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향후 대북정책 방향과 관련, "구체적 문제는 관계 당사국과 우리 국내 정치지도자들과 긴밀히 협의해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노 대통령은 전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등 관련국 정상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 사태에 대처하는 후속 대책 내용을 협의했다"면서 "정부로서는 우선 국내 여론 수렴을 거치면서 동시에 관련국과의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핵실험 사태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유엔 차원의 조치를 포함, 우방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전략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핵실험 이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관련, 노 대통령은 조찬 회동에서 북한의 핵실험 실시를 '한반도 평화와 국제 핵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면서 현재의 '대북 포용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핵실험 사태의 파장으로 포용정책에 변화가 수반되더라도 그 흐름은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대북 압박으로 기우는 가운데 추가적인 상황악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대북 담화에서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강력히 비난하면서도 '외교적 해결' 여지를 남겼다.

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경우 북한에 대해 '추가적인 상황악화'를 경고하는 등 현 상황에서 모종의 사태 해결 가능성을 도모하려는 뜻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도 오는 13일 하루 일정으로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후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전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어서 북한 핵실험 사태의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千英宇)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9-10일 베이징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핵실험 이후 북한 동향과 중국의 대북 인식, 사태의 해결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천 본부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고위급 특사를 북한을 포함한 관련국에 파견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무대에서는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규탄하고 향후 강경한 제재를 담는 대북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유엔헌장 제7장에 따른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냈다.

경제적 제재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군사적 제재 가능성까지 포함하고 있는 유엔 헌장 7장이 내포된 결의안 초안은 대북 금융제재 확대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관련된 물자의 북한 반입 금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은 북한의 핵기술 확산 저지를 위해 핵 관련 의심 선박의 북한 출입시 자유롭게 해상 검문을 허용하도록 하자는 내용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인 지난 7월 15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하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 감시와 관련 기술을 구매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북한이 국가나 단체들에 핵무기나 핵물질을 이전하는 것은 미국에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며 북한의 그런 행위에 대해 충분히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밝혀 이른바 핵물질의 제3자 이전에 대한 `불용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 결의안 추진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도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규탄하며 결의안 채택 노력을 지지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면서도 군사적 제재에 반대하며 외교적 해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과 관련, 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조만간 헌장 7장을 원용한 결의를 채택할 경우 군사제재가 가능토록 하는 42조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 한 안보리 결의안 추진에 반대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국내 언론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9일 핵실험을 함으로써 북미 양자대화의 가능성이 더 어려워졌다"고 밝히고 안보리 결의안 추진과 관련, 헌장 7장이 원용된다고 해서 군사적 조치를 바로 이행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번 유엔 결의 내용은 경제제재 조치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관련 활동이 더욱 확대되길 희망한다"며 "조만간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방한하면 한국의 PSI (정식) 참가에 대한 협조 논의도 분명히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유명환(柳明桓)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국회 통외통위에 참석 "PSI에 부분적으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사안별)로 하려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