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협의회가 1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마련한 북한 핵실험 관련 긴급 기자회견은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의 '한숨'에서 시작해 '한숨'으로 끝났다. 이들은 회견 내내 답답한 심경을 기자들에게 토로했다.

대화연료펌프의 유동옥 대표는 "15개 입주업체들은 개성공단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려면 땅 한 평에 400만원이 들고 1인당 월 인건비는 100만원이 넘지만 개성공단에서는 평당 가격이 15만원에 불과하고 월 인건비도 57.5달러(약 5만5000원)면 된다"며 "공단 가동이 중단됐을 때 손실 보전은 둘째 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공단 가동 중단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라며 긴 숨을 내쉬었다.

이날 성명서를 낭독한 김기문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로만손 대표)은 "입주업체 관계자들과 어제 밤 11시까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기업들의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정작 업체들은 개성공단에서 정상적으로 생산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개성공단 사업 중단 가능성을 언급해 불안감만 높이고 있다"며 "사업 중단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기업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상황은 심각하지만 일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며 "평소처럼 생산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은 신문,방송사 기자 30여명이 참석하는 등 언론의 높은 관심 속에서 진행됐지만 행사는 20분도 안돼 끝났다.

업체들이 그저 답답하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입주업체들뿐만 아니라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도 개성공단 진출이 어려워져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한반도에서 기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진짜 실감하고 있다"는 한 업체 대표의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돈다.

임도원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