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온 북한의 핵실험 쇼크로 파주 등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꺾이는 등 부동산 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역시 금융시장 등 다른 경제부문과 마찬가지로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데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예상을 뛰어넘은 돌발악재라는 점에서 수요자나 건설사할 것 없이 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핵쇼크가 부동산 시장에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에 무게를 두면서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對北)제재 수위와 북한의 대응방식에 따라 자칫 ‘핵(核)폭풍’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파주지역 매수세 현저히 감소
북한 핵실험 사태 이틀째를 맞은 10일 파주 등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관망세가 돌아서는 모습이 역력했다.

교하지구공인 관계자는 “북한 핵실험 사실이 알려지면서 9일 오후 계약을 맺기로 했던 매수자가 ‘좀 더 생각해보겠다’며 입장을 바꿨다”며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운정신도시 분양으로 투자 분위기가 가열됐던 파주일대는 추석연휴 직후 시작된 국세청 투기단속에 북핵쇼크까지 겹치면서 교하지구와 금촌동일대 등 60~70개 중개업소들이 여전히 문을 닫아 거는는 등 충격이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매도자들도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유니에셋공인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발사와 NPT탈퇴 등을 이미 겪었기 때문인지 아직은 매물을 내놓거나 급매로 전환하는 사례는 없다”면서도 “시장분위기를 묻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어 상황이 악화될 경우 급매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운정신도시 인접지역에서는 이날도 중개업소마다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적잖게 눈에 띄는 등 북핵 쇼크에 따른 영향이 별로 없어 대조를 이뤘다.

파주 다율리 뉴월드공인 관계자는 “34평 아파트를 2억9000만원에 내놨던 집주인이 매도가격을 3억원으로 높이기도 했다”며 “북핵쇼크가 운정지구 개발 기대감을 누르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좀 더 지켜보자” 관망세 뚜렷
최근 강북발 집값불안 여파로 매수세가 꿈틀거리고 있는 서울 등 기존 주택시장의 경우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1000만이상 값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가 우세한 편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 인근 나라공인 관계자는 “북핵실험 이후 급히 매물을 처분하려는 일부 집주인들이 가격을 1000만~2000만원 안팎 낮춰 매물을 내놓기도 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매도·매수자들은 북한 핵실험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신규 분양시장도 북핵 쇼크의 직접 영향권에는 들어가지 않은 모습이다.

이달 중 신규 분양을 준비 중인 아파트 단지 가운데 분양시기를 늦추려는 곳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김진경 우림건설 상무는 “최근 불거진 고분양가 논란과 각종 인·허가 문제로 분양일정을 늦출 수는 있어도 북한 핵실험 때문에 분양을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북제재 조치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 전까지는 파급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중인 동익건설 관계자도 “간혹 북한 핵실험의 영향을 묻는 전화문의는 있지만 계약실적이나 방문자 수는 여느 때와 변함이 없다”며 “북핵쇼크보다는 전세난과 주택공급 부족 등으로 내집마련 여부를 고민하는 실수요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토지시장
토지시장의 경우 접경지역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8·31대책 발표 이후 침체된 시장이 북핵쇼크로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 금촌지구 A공인 관계자는 “올해초 실거래신고제 시행 이후 취득·양도세 부담이 급증해 매수·매도세가 모두 자취를 감춘 상태가 지속돼 왔다”며 “이번 북핵사태까지 겹쳐 한 때 장기보유를 염두에 뒀던 땅주인들 가운데 싼 값에라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보상금과 대토수요가 몰렸던 고양,남양주,철원 등도 북핵쇼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양 B공인 관계자는 “신도시 등 개발호재가 여전한 곳은 큰 변동이 없겠지만 막연한 기대로 덩달아 들썩였던 외곽지역은 급격한 가격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어떻게 보나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 핵실험 자체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유엔안보리가 조만간 채택할 대북 제재 결의안의 강도에 따라 시장흐름이 급격하게 바뀔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전문가는 “유엔안보리,미국 등 국제사회가 군사적 대응보다는 일단 외교적 해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낙관론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부동산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부동산 흐름을 결정짓는 첫번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세난,고분양가 논란,주택수급 불안 등 부동산시장 내부변수가 많아 북한의 핵실험만으로는 집값불안 등 시장흐름 자체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가격이 강세를 보였던 철원,파주 등 경기북부와 강원도 토지시장은 이번 북핵 파문으로 수요 위축에 따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고,침체돼 있는 지방 아파트 시장이나 신규 분양시장의 침체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반면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강남권,용산 등 고급 주거단지의 40~50평형대와 수도권의 30~40평형대 아파트는 입지가 우수한 단지를 중심으로 오히려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황식·이정호·김유미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