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년간 굳게 닫혔던 유림의 성지 '대성전(大成殿)'의 문이 24일 활짝 열려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부산 동래향교는 24일 오후 2시 유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성전에 대한 보수공사를 위해 임시 거처에 봉안해뒀던 성현들의 위패를 대성전에 다시 모시는 의식인 '위패환안고유례(位牌還安告由禮)'를 거행한 뒤 일반인의 관람을 허용했다.

대성전은 1392년 조선 태조의 지시로 건립돼 현재까지 보존돼 있는 전국 234개 향교에 모두 있지만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어 600여년간 일반인들의 접근 자체가 차단됐으며 유림에게도 봄.가을에 한차례씩 지내는 석전대제(釋奠大祭)와 매월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행하는 분향의식 때만 한시적으로 개방됐었다.

이 같은 대성전이 일반인에게도 전면 개방되는 것은 동래향교가 처음 있는 일인데다 이날 거행된 '위패환안고유례'도 우리나라 향교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희귀한 것이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날 행사는 예복을 곱게 차려 입은 장의 25명이 공자 등 성현들의 위패를 들고 입장해 대성전에 다시 모시는 환안의식에 이어 성현들에게 술잔을 올리는 헌작(獻爵), 축문낭독 순으로 30여분간 엄숙하게 진행됐다.

동래향교는 또 대성전을 유교사상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월 '놀토'(노는 토요일)인 둘째 주와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장의가 성현들에게 분향하는 제례의식을 거행하고, 이를 관람하는 시민들에게도 분향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래향교의 교장인 양규명(70) 전교(典校)는 "향교가 유림만의 공간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