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격(환율) 동향이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40원대까지 하락했고 원·엔 환율도 100엔당 81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는 형편이다.

급격한 원화값 상승과 관련, 무역협회는 오는 25일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키로 했고 증시도 하향세로 돌아서는 등 국내 경제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강해 더욱 우려가 크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얼마 전 금리를 동결한 점 등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며 원화값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초엔 원화값이 달러당 900원선을 하회(下回)할 것이란 이야기마저 나온다.

특히 미국은 미·중 재무장관회담을 정례화시키는 등 무역수지 개선에 총력 체제로 나서기 시작해 위안화는 물론 아시아 통화 전체의 강세를 유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원화값 상승이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환율이 달러당 10원만 하락해도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은 매출이 연(年) 수천억원씩 감소하게 된다.

중소기업들은 적자를 이기지 못해 수출을 중단해야 하는 사례가 줄을 이을 수밖에 없다.

특히 원화는 세계시장에서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의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나라 경제 전체가 한층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따라서 최근의 원화 강세는 결코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국내외 외환시장 움직임에 유연한 정책 대응을 해나가는 것은 물론 수출업계의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해 신속히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