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1일 철도시설공단이 출범했다.

철도청과 고속철도공단의 건설 부문이 합치는 과정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탓인지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곧 대규모 인력 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유령처럼 떠돌았다.

게다가 어제까지 이해득실을 놓고 싸웠던 '적'들이 반반씩 급조된 태생적 문제도 심각했다.

철도청 출신들은 공무원 신분을 박탈당했다는 피해의식으로,옛 고속공단 사람들은 본사의 대전 이전과 직급조정에서 손해를 봤다는 불만으로 한치 양보 없이 대치하고 있었다.

상대를 향한 끝없는 불평과 불신은 마침내 2개 노조가 '마이 웨이'를 외치는 양상으로 확대됐다.

이렇게 되자 경영진은 모든 사안에 대해 노사합의를 두 번씩 이뤄내야만 했다.

시간과 경비,업무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경영에 총체적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 마디로 구제불능 같았다.

그런데 이 '천덕꾸러기'가 달라졌다.

3년이 안되는 짧은 기간에 정부 공공부문 경영평가 2년 연속 1위에 능률협회 경영품질컨퍼런스 종합 대상을 움켜쥔 것.고품질 철도 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바꾼 결과였다.

걸출한 혁신 마니아인 정종환 이사장과 가족들이 걸었던 초고속 일류화의 길이 '우리는 혁신의 루비콘강을 건넜다'(한근태 지음,미래의창)에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조직문화를 바꾸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경영토론회나 청년중역회의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교환하고 경영진의 생각이 어떤지도 듣게 했다.

또 5대 아카데미를 열어 경영개선 전문가를 키우는 등 교육에도 목숨을 걸었다.

PM(사업관리) 부문의 경우 전 직원이 자격증을 딸 정도로 열풍이 불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눈빛과 의식도 점점 변해갔다.

일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혁신을 위해 10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는 최고경영자.머릿속 그림이 강력한 의지로 실현되는 순간 그는 감격했다.

"1500명 직원 모두와 힘찬 악수를 나누고 싶었고 그들의 어깨를 토닥거려주고 싶었다." 296쪽,1만3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