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만들기 쉬운 카스테라 제조법부터 설명 드리죠.우선 설탕 60g,계란 다섯개…."

제품인증 컨설팅 회사인 '글로벌 큐엠씨'의 관리실장을 맡고 있는 곽인아씨(27)는 말문을 이렇게 열었다.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는 '명 제빵사'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 블로그를 통해 초보자들을 위한 빵 제조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복숭아 잼 롤케이크,당근 케이크,호두 파운드 케이크 등 다양한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곽씨가 만든 '뽀로롱 꼬마마녀'(blog.daum.net/inalove)란 인터넷 사이트 블로그에는 하루 평균 3000~4000명이 방문한다.

작년 5월 블로그 개설 후 현재까지 조회 건수는 200만여 건.최근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요리 분야 1위 블로그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ISO(국제표준화기구) 산하 인증 기관인 컨설팅 기관에서 '내부 감사원증'까지 딴 재원.빵과는 거리가 있는 그가 빵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작년 5월 단순한 계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제 남자 친구가 빵을 엄청 좋아해요.

매일 3~4개 먹는 건 기본이죠.하루는 '내가 직접 빵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해서 한 개 한 개씩 만들다 보니 어느 새 빵 전문가가 돼 있더라고요."

지금은 빵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빵 박사'이지만 그 흔한 문화센터나 제빵학원은 한 번도 다닌 적이 없다.

"독학으로 빵 만드는 법을 공부했어요.

학원을 다니게 되면 기초부터 자세히 배울 수 있겠지만 제가 만들고 싶은 빵을 빨리 만들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남의 흉내를 내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빵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이 개발한 빵을 포함,현재 70여 가지 빵을 만들 수 있지만 처음에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굵은 도화지를 원형으로 자르고 그 주변을 알루미늄 호일로 싸 케이크 틀 대용으로 사용했는데 빵이 눌어 붙어 실패하더군요.

또 설탕이나 밀가루 양 조절을 못 해 엉뚱한 맛의 케이크를 만든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곽씨는 "지금도 간혹 실패하고 있지만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당차게 말한다.

그는 자신이 만든 빵의 제빵 과정을 자세하게 블로그에 기록한다.

실패한 경우에는 왜 그랬는지 이유가 뭔지를 블로그에 올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알려 준다.

이런 친절함 때문인지 그의 블로그에는 '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이런 식으로 만들면 어떤가요' 등의 허물 없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하루 100건이 넘는 질문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답변을 한다.

자신도 초보자였을 때 누군가에게 묻고 싶던 심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4월 초보자들을 위한 베이킹 북 '꼬마 마녀의 별난 빵집'(1만2000원)을 냈다.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빵부터 파티용 대형 빵까지 70여 종의 빵 제조법이 실려 있다.

세 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 제조 설명도 곁들였다.

출간한 지 5개월 만에 3판을 찍을 정도로 인기.

"책이 많이 팔린다는 건 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이라며 "빵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피자 등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으며 나중에 책으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요리 회사나 주방용구 판매점 등에 초빙돼 일반인을 상대로 제빵 강의를 하고 있다.

그의 제빵 강의를 듣고 있다는 주부 김미영씨는 "친근감 있고 쉽게 설명해 줘 좋다"며 "빵 만들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거창한 재료 없이 식구들이 좋아할 빵 정도는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명세를 타면서 빵을 만들어 보내 달라는 요구나 같이 사업을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최근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하지만 곽씨는 그럴 때마다 아직은 아니라고 사양한다.

그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제가 만든 빵을 나눠 주는 자선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