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선진국 기업들마다 상생의 노사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물론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기업은 노와 사가 똘똘 뭉쳐 회사의 성장동력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회사가 돈을 벌어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종업원들의 복지도 향상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노조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처럼 명분 없는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파업을 벌였다간 '정신나간 노조'로 비판받는다.

GE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델 IBM 모토로라 폭스바겐 등 세계적 초우량기업들 가운데 노사 간에 갈등을 빚는 사업장은 한 곳도 없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포스코 LG전자 등 우량기업들은 노사불이의 경영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현장은 어떠한가.

아직도 많은 노조들이 극렬투쟁을 벌여 기업의 경쟁력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있다.

올해에도 현대 기아 쌍용자동차 노조를 비롯 포항지역건설노조,철도노조,카프로노조,발전노조 등 많은 노조들이 무리한 요구사항을 내걸고 파업을 벌였다.

현대차는 노조 파업으로 지난 7월 판매실적 1위자리를 GM대우에 내줬다.

현대가 판매실적 수위자리를 내준 것은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노조지도부의 투쟁노선에 휩쓸려 일반 조합원들만 피해를 본 케이스도 있다.

포항건설 노조원들의 경우 70일이 넘는 파업으로 한달 평균 200만원 넘게 손해를 보았다.

아무런 책임도 없이 노조지도부가 길거리 투쟁만을 고집하다 노조원들만 생계에 피해를 입은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산업현장이 절망적이라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상생의 노사관계를 다지며 경쟁력을 모색하는 모범 사업장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기업 노조가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파업에 몰두할 때 생산현장에서 묵묵히 작업에만 열중해온 기업들이다.

이들이 우리경제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자 중심기둥이다.

이러한 상생의 바람을 타고 매년 신노사문화우수기업이 늘고 있다.

올해에도 노동부는 신노사문화우수기업으로 90개 사업장을 선정했다. 2000년 제정된 이후 모두 480여곳에 달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노사화합캠페인을 처음 실시한 1995년 이후 산업평화에 나서겠다고 다짐한 기업들을 합하면 무려 1만여곳에 달할 것으로 노동부는 추산하고 있다.

사실 투쟁의 덫에 걸린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상생의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신노사문화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때 여러 시중은행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노사 간 신뢰구축과 열린 경영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노노 및 노사 간 갈등이 심했으나 공동체 운명이라는 인식 아래 상생의 관계로 돌아섰다.

대한통운은 45년 동안 무분규를 유지하며 경영난을 극복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 2000년 모기업인 동아건설의 부도로 회사가 존폐위기에 몰렸으나 노조가 앞장서 사재담보,임금반납 등 구사활동을 펼치고 회사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는 고용안정을 보장해 위기를 극복했다.

빙그레 김해공장 코오롱 경산공장,무림SP,노루페인트,한국중부발전 서천화력발전 등도 신바람나는 공장분위기를 조성하며 생산성 향상에 힘을 모으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