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는 은평뉴타운의 건축비가 판교신도시 중대형에 비해 평당 50만원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SH공사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사비를 너무 높게 책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판교보다 공사비 높아 = 15일 SH공사에 따르면 은평뉴타운 중대형 분양가는 평당 1천391만-1천523만원 선이다.

이중 공사가 밝힌 땅값은 평당 791만-893만원, 각종 가산비용와 부가세 10%를 포함한 건축비는 평당 600만-630만원이다.

이에 비해 대한주택공사가 입주자모집공고상에 공개한 판교신도시 중대형 건축비는 평당 542만-582만원 선으로 은평뉴타운에 비해 평당 50만-60만원 정도 싸다.

이 금액에는 땅값을 제외한 공사비와 설계.감리.부대비, 가산비용, 부가세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은평뉴타운의 건축비가 높아진 가장 큰 이유는 판교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어서 표준건축비가 정해져 있지만 은평뉴타운은 택지개발지구가 아닌 도시개발지구여서 아무런 가격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SH공사가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 공사비를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땅값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은평뉴타운이 판교에 비해 특별한 설계나 공법이 적용된 것도 아니고, 주공과 같은 공공기관이 분양하는 아파트인 것을 감안할 때 공사비가 다소 비싼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단지 설계나 마감이 서울시내 어느 아파트 단지보다도 우수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많이 들었다"며 "판교신도시는 임야가 많지만 은평뉴타운은 취락지구여서 기본적인 보상비가 높아 전체적인 분양가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모델하우스를 다녀온 청약예정자들은 수긍하지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이모(41)씨는 "판교에 청약하려다 은평뉴타운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모델하우스를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며 "중소형은 물론 중대형도 인근 새 아파트인 불광동의 현대홈타운 단지보다 설계나 품질이 떨어지는 듯 한데 분양가는 왜 비싼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인근 지역 아파트 호가 꿈틀 = 은평뉴타운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게 책정되면서 인근 아파트는 일제히 매물이 회수되고 가격도 뛰고 있다.

은평구 불광동 현대홈타운 1차의 경우 최근 호가만 1천만-2천만원 정도 올랐고, 불광동 미성, 대호, 대창센시티와 갈현동 일대 평당 시세가 1천만원에도 못미치는 인근 지역 아파트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채 호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불광동 이선휘공인중개사사무소 이선휘 사장은 "은평뉴타운 시세가 높게 나오자 이 지역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최소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집을 팔려던 사람들이 은평뉴타운 분양가를 보고 매물을 회수하고, 가격을 더 올리려한다"고 말했다.

갈현동 현대공인 김연희 사장도 "뉴타운 분양가 공개 이후 매매시장이 매도자 우위로 바뀌었다"며 "다만 매수자는 비싸다고 주춤하고, 매도자들은 가격을 높여 불러 거래는 잘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