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 빈집철거가 임박한 가운데 대추리 일대는 경찰병력과 철거 용역직원들이 속속 집결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날 새벽 3시30분께 병력 1만5천여명과 용역 400여명의 배치를 마친 경찰은 도두리 마을회관에서 200여m 떨어진 초지농장을 비롯 마을 주변 길목과 농로마다 200∼300명씩 흩어져 철거작업을 준비했다.

철거대상 지역인 대추리와 도두리, 동창리, 내리 등 4개 마을에는 살수차 6대와 굴착기 10대 등 중장비가 동원됐다.

경찰은 또 본격적인 철거 작업에 앞서 대추리와 도두리의 철거대상 빈집들을 일일이 확인, 철거가 눈앞에 다다랐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도두리 방면 철거용역들은 흰색 철모를 쓰고, 플라스틱 방패를 갖췄으며, 일부 여성 용역직원들은 '위험하니 접근하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물리적 충돌에 대비했다.

한편 대추분교 뒤쪽 철거 대상인 단층 가옥 3∼4채에는 범대위 소속으로 보이는 청년 회원 10여명이 밧줄로 스스로 몸을 결박한 채 기와 지붕에 올라가 경찰 진입에 대비했다.

같은 시각 마을 주민과 범대위 소속 회원 등 200여명은 동이 터오자 집결한 경찰과 용역직원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웠지만 철거작업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오전 7시를 기해 굴착기가 내뿜는 굉음과 함께 빈집 철거 작업이 전격 단행됐다.
경찰병력과 용역직원들은 굴착기를 앞세운 채 도두리를 비롯해 대추리, 동창리, 내리 등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 내 90채에 달하는 빈집 철거를 위해 일제히 밀고 들어갔다.

철거 대상인 빈집 한 채를 철거하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선 경찰이 철거 대상 가옥을 촘촘히 둘러싸 주변의 출입을 통제하면, 용역직원이 들어가 주민 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냉장고 등 각종 가재도구를 빼내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이후 집게발을 매단 굴착기가 대문을 밀어 넘어뜨리고 담장을 뜯어낸 뒤 지붕을 몇 차례 세차게 내려치자 집은 먼지를 피워내며 힘없이 주저앉았다.

가옥을 모두 철거한 후에는 '안전상 접근을 금지한다'는 미군기지이전 사업단장 명의의 팻말이 걸린 빨간 줄을 집 주변에 치고 다음 철거 작업을 위해 이동했다.

한편 모두 38채가 철거될 도두리 마을 주민들은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자 멀찌감치 떨어진 옥상이나 농로에 나와 간간이 "사람 사는 집을 왜 부수냐"고 소리칠 뿐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대추리 방면에서는 인근 미군기지 철조망 안에 1차 집결한 경찰과 용역직원들이 대추분교 앞 빈집부터 차례로 철거하기 시작했다.

굴착기가 진입하는 과정에서 마을에는 경찰의 진입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고 지역주민 등 30여명이 경찰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는 등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으나 철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한편 평화공원 인근 빈집 옥상에는 문정현 범대위 공동대표 등 10여명이 올라가 '강제철거 중단하라', '평택 미군기지 이전 전면 재협상하라'는 문구가 적힌 천을 몸에 두르고 철거 작업에 끝까지 반발했다.

(평택연합뉴스) 이우성 안용수 차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