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적 입장에서 협상 임하겠다는 의미

국민은행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재매각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언급, 그 의미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이번 주말(16일)로 예정된 본계약 재연장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새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가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본계약 연장 협상이 본격화되기에 앞서 론스타에 강한 의지를 전달하고 동시에 무리한 요구를 수용해 론스타의 '먹튀'를 돕지 않겠다는 의지를 국내에 명확히 표명한 것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10일 제주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계약이 무산될 위험에 빠져 있다'는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발언에 대해 "우리도 (추가로) 들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 원칙적으로 국민은행도 계약을 깰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부행장은 "협상 무산으로 경제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국내 리딩뱅크로서 입장과 국민 여론을 고려해 협상을 포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자리를 뜬 이후 강 행장 발언을 부연 설명하다가 나왔다.

강 행장의 언급과 궤를 달리하는 돌발 발언 성격이라기보다 강 행장 발언 중 전달이 미진한 부분에 대해 행간의 의미를 되새기는 설명이었던 셈이다.

앞서 강 행장은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재매각 본계약 연장을 원하고 있으며 론스타와 국민은행의 의견차가 크지 않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풀어보면 강 행장이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발언한 뒤 김 부행장이 '협상에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의미를 더했다는 것이다.

결국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은행이 론스타에 저자세로 대응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표현으로 간주된다.

또 국민은행이 계약 연장에 급급해 무리한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국내의 일부 여론 흐름을 무마하는 한편 국민은행과 론스타와의 거래는 철저히 상업적인 거래관계에 의해 성립될 뿐 각종 정치.경제적인 요인과는 별개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금융가는 김 부행장의 이날 발언이 이번 주부터 시작될 론스타와의 본격 협상에 앞서 일종의 기싸움을 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계약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국민은행 역시 강성 발언으로 맞서면서 아쉬울 것이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아울러 본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계약연장, 계약조건 수정 후 연장, 계약 파기 등 다양한 가능성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며 이같은 부분을 언급했는데 금융가가 확대해석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매우 원칙적인 수준의 발언이었다"며 "협상에 앞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제주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