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노동인구 2천만명 부족사태

이탈리아와 독일 뿐아니라 폴란드와 체코 등 유럽대륙 전역에 걸쳐 기록적인 저출산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유럽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4일 보도했다.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노령인구가 이미 젊은 층 인구를 넘어섰으며 현재의 저출산에 변화가 없을 경우 오는 2030년이면 유럽에서 2천만명의 노동인구가 부족할 것으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추산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여성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노동시장 적응이 향상되면서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동유럽에선 무료 아파트와 탁아소 등 과거 공산주의 시절의 각종 육아 혜택이 사라지면서 출산율이 급격히 줄고 있다.

그 결과로 유럽 각국의 출산율은 대부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체코, 슬로베니아, 라트비아, 폴란드의 출산율은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필요한 2.1명에 비해 턱없이 낮은 1.2명에 불과하다.

동유럽 국가들은 저출산에다 EU 가입에 따른 노동인구의 서유럽 이동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도 저출산에 신음하긴 마찬가지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10년동안 1.3명 이하의 저출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만 하더라도 유럽국가 중 출산율이 1.3명 이하를 기록한 국가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유럽내 15개 국가의 출산율이 1.3명 이하였고 6개 국가는 1.4명 이하였다.

여성들의 첫 출산연령도 지난 20년 사이에 20대 초에서 30세 안팎으로 급격히 높아졌다.

출산을 미루다보니 남부 유럽 국가에서 전통적으로 육아를 맡았던 할머니들도 너무 늙어 특히 둘째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됐다.

저출산의 요인으론 전통적 가족개념의 약화, 전업 직장여성의 증가 등 시대적 변화 외에도 보육시설 부족 등 국가지원 미비, 육아비용 부담 증대 등 여러 요인이 혼재한다.

특히 서유럽에선 지난 60년대 말 피임약의 보급과 낙태 합법화 조치 등이 출산율 저하시대를 열었던 것으로 인구 통계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반면 동유럽에선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1990년 무렵부터 저출산이 시작됐다.

자녀를 가진 젊은 부부에게만 주어졌던 아파트를 비롯해 국가 보건부가 운영한 탁아소 등 각종 육아혜택이 구체제 붕괴와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동유럽 국가인 체코의 경우 현재의 저출산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40년내에 전체 인구가 1천만명에서 800만명으로 20%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의 경우 앞으로 50년내에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인구 통계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런 사정에서 출산율 높이기가 유럽 각국 정부의 최우선 정책중 하나가 되고 있다.

EU 집행위는 가족친화적 정책, 가정과 일의 병행 지원, 육아비용 보조, 부모 육아휴가 제도, 여성의 출산후 직장복귀 보장 등이 출산율을 높이는데 가장 성공적인 정책인 것으로 보인다며 회원국들에게 이들 정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가족친화적 정책이 성공한 사례로는 프랑스를 들 수 있다.

프랑스는 출산율이 1.8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프랑스에선 육아비용이 무료거나 국가보조로 거의 부담이 없다.

국가가 부담하는 유모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고 공립학교의 질이 높아 사교육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기본적으로 아이가 많을수록 세금 부담이 적고 혜택도 많다.

하지만 프랑스도 이쯤에서 만족하지 않고 출산율을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는 2.1명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셋째 아이를 낳고 1년간 무급휴가를 쓰는 부모에 매달 750 유로(960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또다른 당근책을 꺼내들었다.

프랑스뿐아니라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앞다퉈 `아기 보너스'를 높이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첫 출산의 경우 3년간 월 450 유로를 지급하고 있고 체코 의회도 육아휴가를 신청하는 여성들에게 지급하는 장려금을 월 230 유로로 2배로 늘렸다.

하지만 여성들도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시대의 변화를 감안할 때 돈으로만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현금 인센티브를 뒷받침할 주변환경, 즉 출산장려 사회여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수십년 간 유럽의 특징이었던 저출산이 가까운 미래에 반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보고서는 "유럽의 저출산이 경제통합과 사회적 통합, 완전 고용 등 EU의 목표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