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무기명 채권에 붙는 프리미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상준 부장판사)는 H산업 대표 신모씨(48)가 아버지의 돈으로 구입한 무기명 채권에 붙은 프리미엄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무기명 채권은 외환위기 시절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것으로 상속과 증여 시 세금이 면제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도 제외됐다.

이에 따라 최소 3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 되면서 재산의 편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과세당국이 나서 관계법까지 개정해 가며 조세 감면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해 채권 매입을 독려했으면서도 당국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프리미엄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특례의 예외를 두겠다는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채권 매입대금에는 채권 액면금액뿐 아니라 프리미엄 금액도 포함된다고 해석,세금 면제의 대상을 채권 액면금으로 한정한 세무당국의 사건 처분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돼 위법하다"고 밝혔다.

신씨는 2002년 5월 아버지의 돈으로 1998년 발행된 액면가 10억원인 고용안정채권과 9억4000만원의 증권금융채권을 32억5100만원에 사들였다.

신씨는 이듬해 7월 무기명 채권이 만기가 되자 25억7400여만원을 상환받았다.

관할 세무서인 서울 역삼세무서는 그러나 신씨가 채권을 산 금액에서 발행가격인 19억4000만원과 이자를 뺀 뒤 남은 '프리미엄' 7억여원에 대해 모두 3억3200여만원의 세금을 매겼고,신씨는 채권 매입 금액 전체에 대해 과세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