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회에 한국노동계 대표로 참석 중인 한국노총이 총회에서 전면 철수했다.

또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 협상에 불참하는 것도 적극 고려키로 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행사가 파행 운영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사게 됐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30일 벡스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로드맵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협상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고 노·사·정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입법예고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며 ILO 아·태 지역 총회 철수를 선언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장관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는 국제회의 중 정부 방침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상식 이하의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계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화와 협상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오는 9월2일로 예정된 노사정 대표자 회의도 전면 거부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일부 오해가 있었다면 먼저 전화 등으로 당사자에게 물어봤어야 했다"며 "무슨 오해를 했기에 국제적인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총이 철수 사실을 발표하기 전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며 "한국노총이 불참하더라도 ILO의 잔여 일정에 별다른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장관은 이날 아침 기자단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로드맵에 대해 노·사·정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9월7일께 입법예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장관은 "노동계가 환경이나 안전 분야 등 직무에 따라 노조 전임자를 인정하는 방안과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를 폐지하되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해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최소 업무를 유지토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 노·사·정이 논의를 하고 있다"며 로드맵 논의 내용을 일부 소개했다.

이와 관련,민주노총 관계자는 "ILO 총회 일정은 원래 계획대로 소화하겠지만 정부가 로드맵을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하면 총파업 등 강경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