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서울시내에서 성인 게임장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으로 알려진 영등포역 주변.중앙시장 맞은편 대로변을 따라 10여곳의 성인 게임장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문을 열고 영업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대신 게임장 입구에는 '임대문의 010-xxxx-xxxx' '전전세(전세를 얻은 사람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것) 놓습니다' 등의 안내문만 붙어 있다.


성인 오락실 '바다이야기' 파문을 계기로 경찰의 집중 단속이 이뤄지면서 게임장들이 부동산시장에 급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게임장이 들어서면서 이미 임대료와 권리금이 크게 올랐던 후유증으로 실제 거래는 끊겼다.

주변 상인들은 게임장이 장기 휴.폐업상태에 들어가면서 상권 이미지가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등포역 일대 부동산업자들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만 1주일에 2~3곳의 게임장이 매매나 전전세 형태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2~3년 사이 게임장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더니 요즘에는 가게를 처분하려는 게임장 업주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초기 투자비용을 건지지 못해 망설이는 곳도 많으나 발빠른 업주들은 전전세로 월세의 일부라도 건지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게임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2003년부터 상가 임대료가 높아져 거래가 실종된 상태다.

다른 부동산 업자는 "권리금이 2억~3억원 정도 하던 대로변 1층 상가가 게임장이 입주하면서 4억~5억원 선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임장은 월세도 일반 업종의 가게보다 50~100% 더 내고 있어 임대료 부담 때문에 다른 업종은 게임장 자리에서 섣불리 장사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변 상인들은 게임장이 생긴 이후 손님들이 오락실에 집중되면서 상권은 죽었는데 임대료는 오히려 올랐다고 불평했다.

한 음식점 업주는 "영등포에는 다른 장사를 하다가 게임장 때문에 급증한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수입이 좋다는 게임장으로 업종을 변경한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종로 일대도 게임장이 몰려들면서 월세와 권리금이 평균 20~30% 치솟았지만 요즘엔 권리금을 1억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내려 매물을 내놓는 게임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게임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상권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은평구 연신내역 근처의 한 부동산업자는 "바다이야기 자리(180평)는 원래 월세가 1200만원 정도였으나 게임장으로 바뀌면서 1400만원까지 올랐다"며 "이 때문에 다른 업종의 점포 입주도 힘든 탓에 공실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상권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본부장은 "성인 게임장 업주들은 자신들이 지급한 권리금을 회수하려 한다"면서 "게임장이 냈던 임대료를 감당할 업종이 거의 없어 상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2~3개월 뒤에 거품이 빠져 매매가가 현실화되면 게임장 자리가 다양한 업종으로 대체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게임장이 있을 때보다 상권이 번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태훈 기자·오진우(연세대 경영)

이옥진(서울대 사회과학계열) 인턴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