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 : '죽쒀서 개준다'는 속담 알지?

요즘 내가 그 꼴이 아닌가 싶어.

부서회의 때 김 부장님이 우리보고 추진해보라던 기획안 기억나?

그거 원래 내가 낸 아이디어인데 말야.

지난 번 휴게실에서 가볍게 말씀드렸던 건데,마치 부장님 본인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지시하니까 순간 발끈하게 되더라고.이래서야 어디 일 할 의욕이 생기겠어.

○멘토 : 먼저 상사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워낙 태생이 '얌체과'여서 중간에서 부하직원의 공을 가로채면서도 죄의식이 없는 종류의 사람들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게 구별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한 팀을 이뤄 일을 하다 보면 내 아이디어와 남의 아이디어의 구분이 모호해 진다거나 혹은 무의미해지는 지점이 생깁니다.

최초의 아이디어 하나가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남는 경우도 있겠지만,대개는 지루한 공정을 거치면서 아이디어에서 '전략'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되지요.

때로는 처음 의도와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조직이 요구하는 상사와 부하직원의 역할은 다릅니다.

밑에서 부지런히 아이디어를 내고 스토리를 구성해보는 것이 실무진의 역할이라면 이 아이디어를 전략적으로 포장해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을 잘 설득하는 것이 상사의 역할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고 아이디어가 살아남았다면 그 공은 내 것인 동시에 상사의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자기만 살겠다고 달콤한 공은 혼자 독차지하고 가혹한 허물만 덮어 씌우는 선배라면 굳이 아량을 베풀 이유가 없겠지요.

이럴 땐 주위의 피해자들과 연대전선을 형성하여 대책을 마련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나 개 중에는 정말 눈치가 없어서 자신의 소행이 가져오는 해악(?)을 전혀 모르는 상사도 있을 수 있답니다.

이들에게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동안 뒤에서 '죽 쒀서 바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허심탄회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뒤에서 끙끙거리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글=김정선 비굴클럽(웅진닷컴)저자ㆍ온라인 비즈니스 기획자 julysunn@naver.com